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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작전 지휘한 '최순신' 바다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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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독도사태 당시 현장에서 작전을 지휘했던 최원이(59.치안감) 해양경찰청 경비구난국장이 17일 경찰복을 벗는다. 1971년 순경으로 해경에 입문한 지 36년 만에 바다를 떠나는 것이다.

그는 '해경의 산 증인' '1만 해경의 맏형' 등의 별명으로 통해왔다. 그와 함께 근무해 본 부하 직원들은 "카리스마형 상사의 모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무는 불도저처럼 밀어 붙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아버지나 형처럼 자상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최 국장은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해 놓은 상태에서 작전 지휘관을 맡아 독도해역으로 출동했다. 그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삼봉호 함상에서 "최악의 경우 동해와 운명을 같이 할 각오를 하자"고 훈시해 '해경의 최순신'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부산 출신인 최 국장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친구 집에서 가정교사를 하며 고교를 졸업했다. 군에 입대해 월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해경에 들어온 뒤 수사업무에 능력을 보여 해경 수사의 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90년대 초 전남 앞바다에서 새우잡이배 인신매매가 극성을 부릴 때 인신매매 조직을 뿌리뽑아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당시 수사에 참가했던 한 직원은 "열흘이나 집에 못가게 하며 잠복근무를 시켰는데 범인들을 다 잡은 후에는 밤새 술을 권하는 바람에 집에 못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는 것과 동시에 퇴직하는 최 국장은 "독도사태는 아직 진행형"이라며 "정부와 해경은 일본 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와의 영토 분쟁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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