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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에어컨 자주 켰다면 가을에 알레르기성 비염 조심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30)

알레르기성 비염의 특징은? [중앙포토]

알레르기성 비염의 특징은? [중앙포토]

“원장님 저는 콧물이 자주 나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알고 있었는데 진료를 받으니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비염이 있나요.”

저는 코가 항상 막혀 있어요. 이건 어떤 비염인가요.”

“겨울에 코감기가 자주 걸려요. 이것도 비염인가요. 아니면 그냥 감기인가요.”

비염 환자가 늘고 있다. 같은 비염이지만 증상이나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 문제가 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깊이 파보자.

비염은 코 비(鼻)에 염증을 뜻하는 불꽃 염(炎)을 쓴다. 코에 생기는 염증 상태를 모두 비염이라고 부른다. 염증이 생기면 붓고, 벌겋게 되며, 열이 생긴다. 코의 점막에 이런 증상이 생기면 코를 보호하기 위해 농을 배출하는데, 이것이 콧물이다. 콧물이 코점막에만 고여 있으면 모였다 흐르는 것으로 그치지만 기관지나 폐 주변까지 염증이 생기면 재채기를 심하게 한다.

단순비염이 1~2주 후 낫지 않으면 만성 비염

코감기가 걸렸을 때, 1~2주 안에 코 증상이 낫지 않고 지속되면 만성 비염이 된다. [중앙포토]

코감기가 걸렸을 때, 1~2주 안에 코 증상이 낫지 않고 지속되면 만성 비염이 된다. [중앙포토]

가장 가벼운 비염은 코감기에 걸렸을 때다. 감기 증상이 코로 와 콧물이 고이다 흐르다를 반복한다. 보통 감기가 낫는 데까지 1~2주 걸리니까 이 정도 기간만 고생한다면 단순비염이라 부른다. 이 기간 안에 감기로 인한 전신 증상은 나아도 코 증상이 낫지 않고 지속되면 만성 비염이 된다.

어떤 사람은 코감기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몇 년간이나 비염 상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만약 코가 바깥으로 배출이 잘 안 되어 비강(코 옆의 빈 곳)에 농이 차 있다면, 이것이 축농증이다.

비염을 코안 쪽의 점막 상태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코가 부었다면 비후성비염, 콧속 점막 상태가 심하게 건조하면 위축성비염이다. 또 코안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 물혹이 생기기도 하고, 유착이 되거나 심한 변형이 오기도 한다. 요즘 많은 분이 고생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이런 비염과 조금 다른 면이 있으니 만성 비염과 비교해 보겠다.

만성 비염의 콧물은 염증에 의해 농이 굳은 것이라 노랗고 끈적한 경우가 많다. 끈적한 코가 콧속에 가득 차 있어 코막힘이 심하고, 오래되면 콧속에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축농증에 걸려 농이 차 잘 안 빠지면 두통이 심하게 온다.

알레르기성 비염 걸린 아이, 키 잘 안 자라

알레르기성 비염의 콧물은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른다. 특히 기온 차가 생기는 아침 시간에 그런 현상이 심하고, 어디든 기온변화가 있으면 갑자기 주르륵하고 흘러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재채기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아침 시간 발작적으로 재채기를 연신 해 대면서 ‘팽~’하고 콧물을 수시로 닦아내야 한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 해도 무방하다.

또 하나 특징적인 증상이 가려움이다. 콧속, 코 주변 뿐만 아니라 눈까지 가려워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잘 생긴다. 심하면 귓속, 입천장까지 가려움을 호소하는 분도 많다. 컨디션 저하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몸이 힘든 데다 가려움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학생들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할 때 엄마들이 손을 잡고 오는 이유는 두 가지 중에 하나다. 성적이 안 올라서, 혹은 키가 안 자라서다. 알레르기가 치료되면 키가 쑥 커져 오는 것을 자주 본다. 만성 비염은 기간에 상관없이 지속된다. 감기가 겹치면 더 심해지고, 1년 내내 코가 막혀 있고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절기 때 더 심하게 생긴다. [중앙포토]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절기 때 더 심하게 생긴다. [중앙포토]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절기 때 특징적으로 더 심하게 생긴다. 겨울에서 봄이 될 때, 여름에서 가을이 될 때 굉장히 심해진다. 예전엔 봄철에 유독 심해 꽃가루 알레르기라며 꽃가루 탓을 많이 했지만 재밌게도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골보다 도심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즉, 꽃가루가 원인 물질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찾다 보니 진드기, 먼지, 햇빛까지도 항원으로 거론된다. 사실 진드기, 먼지, 햇빛을 피하려면 반도체 공장 시설설비 처럼  완벽한 청결에 먼지 한 톨 없는 곳에서나 살아야 한다. 특정 음식물에 반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항원 물질을 찾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한의학적으로 몸에 기운이 떨어져서 생기고, 면역저하로 발생하는 것이라 기를 보충해 면역력만 좋게 해 주면 일상적인 진드기, 먼지, 햇빛에서 뛰어놀아도 이겨낼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지면 1년 내내 지속되는 경우가 꽤 많아졌다. 여름에도 에어컨에 계속 노출되고, 아침 식사를 못 하며, 운동 부족에 스트레스까지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그런지 환절기가 아니라도 알레르기 상태가 생긴다. 그리고 성인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만성 비염의 원인은 코감기를 방치하고 코에서 염증이 지속되어서다. 그래서 코안 쪽의 염증만 치료해도 나아진다. 침을 맞아 염증 상태를 나아지게 하고, 한방 외용제(연고)로 처치한 후 간단한 한약 복용만 조금 해도 만성 비염을 관리할 수 있다.

면역체계 개선해야 알레르기성 비염 완치

알레르기성 비염은 앞서 말한 것처럼 면역저하로 생긴다. 면역은 장 기능, 체온조절능력, 자율신경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조절된다. 제대로 된 식단으로 식사를 못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서구식 식단 및 장점막을 나쁘게 만드는 먹거리와 환경이 큰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도 비염에만 국한해 코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을 염두에 두고 치료를 해야 한다. 코 자체를 치료하는 직접적인 치료 외에, 면역을 좋게 하는 한약들로 얼마든지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번 여름은 111년 만에 찾아온 더위라는 수식어만큼이나 무시무시했다. 웬만하면 에어컨을 찾지 않는데 먼저 나서서 에어컨 전원을 켜 본 적이 처음이었다. 면역이 떨어진 환자의 치료가 다른 때보다 더딘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날씨가 이러니 땀을 뻘뻘 흘리다 에어컨 앞에서 식히기를 반복했을 것이고, 당연히 찬 음식도 자주 먹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보았을 때 이번 가을과 겨울은 면역저하로 인한 문제로 한의원을 찾는 비염 환자가 늘어날 것이다. 아직 날씨가 본격적으로 바뀌지 않고 살만하게 선선해진 지금, 체온조절, 음식, 운동, 수면 등 면역을 잘 관리해서 건강한 가을 겨울을 준비하자.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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