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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알리바바 같은 한인 스타트업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28)

최근 중국의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신생 거대기업들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주가 하락이 큰 이슈가 됐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텐센트의 게임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 주도의 혁신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며 중국 경제의 거품 위기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미국, 중화권 기업의 '플랫폼'   

중국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조금 다른 시각에서 BAT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탄생 비화와 관련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잭마와 야후 창업자인 제리양을 1997년 제리양이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다. 그때 잭마는 제리양의 중국 관광 일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5년 둘은 다시 미국에서 만나 투자와 협력 관계를 논의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제리양의 도움으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투자를 받게 되고, 오늘날 거대 기업으로 발전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게 된다.

상단의 사진은 1997년 만리장성에서 찍은 제리양(좌)과 마윈(우)의 사진이다. 그 당시 마윈은 제리양의 중국 관광 일정을 담당했다. 하단은 현재 두 사람의 모습. [중앙포토]

상단의 사진은 1997년 만리장성에서 찍은 제리양(좌)과 마윈(우)의 사진이다. 그 당시 마윈은 제리양의 중국 관광 일정을 담당했다. 하단은 현재 두 사람의 모습. [중앙포토]

제리양은 중국과의 통일이 두려워 미국에 이민을 떠난 대만 출신 부모의 자녀다. 미국 이민 1세나 1.5세로 표현할 수 있는데, 영어가 서툴러 이공계를 선택했다고 한다. 제리양은 야후의 성공 이후 미국 내 중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모색했다. 이런 와중에 잭마를 만나 알리바바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알리바바는 대만계 이민자와 중국인이 만나 이룬 결과물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미국이 없이 알리바바는 없었다. 선진 혁신 국가로 이민 가 성공한 인재의 기술과 이를 배우려는 중국인의 열정이 합쳐져 알리바바가 탄생한 것이다.

미국 얼바인에 미국 진출 첫 지점을 열고 중국 본토인 등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대만 베이커리 카페 85°C Bakery Cafe. 최근 대만-중국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저자 Nandaro)]

미국 얼바인에 미국 진출 첫 지점을 열고 중국 본토인 등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대만 베이커리 카페 85°C Bakery Cafe. 최근 대만-중국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저자 Nandaro)]

미국은 오늘날 중화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다. 대만, 홍콩, 중국 등의 수많은 창업가가 미국에 진출해 시장 검증을 거친 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화권에 일종의 ‘기업 플랫폼’인 것이다. 특히 중국 본토 부유층 이민 1세들의 물적·인적 자본 유입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미국 시장의 혁신성, 다양성, 투명성, 강력한 법질서 등이 중화권 스타트업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미국 내 중국인 스타트업 커뮤니티도 활기를 띠는 모양이다.

활기 띠는 미국 내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

나는 지난 8월 8일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열린 ‘Valley直口’에 참석하였다. Valley直口 (이하 밸리직구)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창업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한국인 창업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및 미국 지역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다.

밸리직구는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고민하며 사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만 나눈다. 밸리직구는 중화권 네트워크와 같은 역할을 해 나가리란 기대가 크다.

미국 내 한인 스타트업 사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희망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려 하는 시도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실리콘 비치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도 ‘스트롱벤처스’가 이 일을 해내고 있다. 한국 내 각종 규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창업가에게 미국의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기회를 열어줄 것이란 전망이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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