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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2022학년도 대입개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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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대입에서 손 떼고 대학 자율에 맡길 때 <중앙일보 2018년 8월8일 30면>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을 논의해 온 국가교육회의가 어제 최종 권고안을 교육부에 넘겼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 비율을 현행보다 늘리도록 하라는 게 골자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수능 평가 방식은 주요 과목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절대평가는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대입개편 공론화 의제 1안과 2안을 어정쩡하게 절충한 처방이다. 사실상 현행 대입제도 테두리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졸속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시 비율 확대 혹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라는 엇갈린 주장을 해온 교육·시민단체 양쪽이 모두 반발하는 이유다. 교육부가 대입개편 확정을 1년이나 미루고 뜸을 들였지만 혼란만 가중시키고 무위로 끝난 셈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수능 위주 전형 확대 비율은 정하지 않은 채 교육부로 공을 넘겼다. 교육부가 이달 말 확정 예정인 대입 개편안에 그 비율을 담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약 39.6%였던 만큼 그 언저리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 이는 대학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재정지원 사업으로 대학의 돈줄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탓이다.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입시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00% 신입생을 선발하는 포스텍 같은 대학에 일부 정원을 정시로 뽑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대학 특성을 무시한 폭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입을 지금처럼 땜질식으로 고쳐서는 답이 없다. 획일적인 입시에서 탈피해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재 양성에 부합하는 중·장기 대입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교육부가 대입에서 손을 떼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것이다. 이미 현행 고등교육법상에도 일부 입시는 대학 자율이지 않은가.

‘정시 확대’ 불가피하나 급격한 조정엔 신중해야 <한겨레 2018년 8월8일 27면>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비율의 확대와 함께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할 것을 7일 권고했다. 교육부는 공론화 결과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 진정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대입안을 확정 지어야 할 것이다.
특정 안을 선택 못 한 지난주 공론화위원회의 발표 이후 ‘공론화 무능론’ 같은 비판이 비등했다. 더 큰 문제는 ‘혼란’이다. 공론화위는 ‘정시 45% 확대 및 수능 상대평가’라는 1안과 ‘수시·정시 대학 자율결정 및 수능 절대평가’라는 2안이 통계상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면서도 “정시를 늘리되 45%는 과하고 당장 절대평가 도입은 힘들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정시 비율을 특정 지을 수 없다면서도 ‘중간값은 39.6%’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후속 질문 28개의 답을 고려한 것이라는데, 의제팀들과 합의되지 않았을뿐더러 공식 질문인 4개 안과 상충되는 질문 구성 자체가 논란이 됐다. 일부에서 공론화 결과를 왜곡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런 논란에도 교육 수요자들이 ‘공정’과 ‘지나친 경쟁 완화’를 모두 원한다는 점은 확인됐다. 시민들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듣는 기회였다는 의미도 컸다. 사실 정시 확대 요구는 ‘점수 줄세우기’가 옳다기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시민들의 ‘경고’라 보는 게 타당하다.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2안)가 48% 지지를 받고, 논란이 됐던 학생부종합전형도 확대-축소가 팽팽했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일단 현재 20% 아래까지 떨어진 정시 비율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3년 내내 학생부 관리가 힘든 학생들에게도 선택지는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비율이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수시·정시의 이중 부담이 급증하고 특정 고교 쏠림이 심화될 것이란 점은 깊이 고려해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와 관련해선 더 열린 자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전과목 도입은 장기 과제로 돌리고, 당장은 제2외국어/한문 및 이후 도입될 통합사회/통합과학에만 적용을 권했다. 현행보다 한두 과목 느는 셈이지만, 핵심 과목인 국어·수학이 빠진 상황에서 올해부터 시행된 새 교육과정이 작동할지, 고교학점제나 혁신학교 확대 등 교육개혁 과제들이 타격을 받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정책 떠넘기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교육부의 책임 있는 결론을 바란다.

[논리 vs 논리]

지난 7일 국가교육회의는 현재 중 3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정시비율을 지금보다 늘리고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평가는 상대평가를 유지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지난 1년 동안 대입개편안 논의는 교육부에서 국가교육위원회로, 다시 공론화위원회로 넘겨지는 복잡한 과정을 겪었지만, 결국 최종 결론은 지금 입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쪽으로 모아졌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한다. 중앙은 국가교육회의의 발표 내용에 대해 “대입개편 확정을 1년이나 미루고 뜸을 들였지만 혼란만 가중시키고 무위로 끝난 셈”이라고 잘라 말한다. 한겨레도 국가교육위원회의 발표가 가져 올 “더 큰 문제는 혼란”이라며, “공론화 무능론 같은 비판이 비등”한 현실을 소개한다.
향후 대입개편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견해가 명확히 갈린다. 중앙은 대입 제도의 개선은 “교육부가 대입에서 손을 떼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한겨레는 “정책 떠넘기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교육부의 책임 있는 결론”을 주문한다. 한겨레는 교육부가 뚜렷한 소신을 갖고 대입 개선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앙은 오히려 교육부의 역할은 축소되어야 하고 대학의 자율권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는 셈이다. 두 사설의 입장은 왜 이리도 극명하게 갈릴까?
한겨레는 “핵심과목인 국어·수학이 (수능절대평가 대상에서) 빠진 상황에서 올해부터 시행된 새 교육과정이 작동할지, 고교학점제나 혁신학교 확대 등 교육개혁 과제들이 타격을 받지 않을지” 우려한다. 대학입시는 고교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석차가 분명하게 산출되는 상대평가에서는 선택한 인원이 많고 난이도가 낮아 높은 등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수강자가 몰리곤 한다. 이는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 선택을 강조하는 새로운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겨레는 정시확대 요구에 대해, “점수 줄 세우기가 옳다기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시민들의 ‘경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선을 긋는다. 나아가, 정시가 늘어날 때 생기는 “수시·정시의 이중 부담이 급증하고 특정 고교 쏠림이 심화”되는 문제도 분명하게 짚는다. 이 또한 학업부담 경감과 특목·자사고 축소라는 현 정부의 고교교육체제 개편 방향과 어긋난다. 결국 한겨레는 입시가 학교 교육에 끼칠 영향의 관점에서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고민하는 듯 보인다. 교육부의 소신과 “책임있는 결론”을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중앙은 “획일적인 입시에서 탈피해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재 양성에 부합하는 중·장기 대입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의 대입제도개편논의가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다. 중앙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입을 지금처럼 땜질식으로 고쳐서는 답이 없”다고 진단한다.
대학입시란 결국 대학에서 가르칠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대입개편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대학의 입장은 빠져버렸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교육부의 역할이 어느덧 “경쟁의 조정자 및 관리자”처럼 되어버린 탓이다. 중앙이 제기하는 문제제기의 핵심은 여기서 찾을 수 있을 듯싶다. 입시에서 공정한 경쟁과 기회보장도 중요하지만, 대학이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일이 더 긴급하다.
중앙은 정부가 대입제도를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지금의 현실은 “대학 특성을 무시한 폭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대학으로서는 “재정지원 사업으로 대학의 돈줄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소신 있게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는 무척 어렵다. 중앙이 “교육부가 대입에서 손을 떼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것”을 대입제도개선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유다.
사실, “진정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라는 한겨레의 입장과 대입제도는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재 양성에 부합”해야 한다는 중앙의 주장은 둘 다 올바른 가치를 지향한다. 두 사설의 견해 차이는 교육의 문제가 여러 가치가 얽힌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임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키워드로 보는 사설]

숙의민주주의와 대입공론화위원회

간접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단 지도자가 선출된 후에는 정책 결정에 일반 시민들이 개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숙의민주주의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준다.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과정과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숙의민주주의는 사회 구성원들이 깊이 있게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중요 정책이 결정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공론화위원회는 숙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제도다. 에너지 정책과 같이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극심한 이해 대립에 뒤얽힌 사안일수록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숱한 갈등이 생긴다. 이때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공론화 절차를 밟을 때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때문에 도입 초창기에 공론화위원회는 논란과 다툼을 잠재우고 민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제도로 환영받았다. 이제는 헌법 개정에서 지자체들의 지역 사업 결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론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론화위원회가 갈등만 키우고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못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 동안 490명의 시민참여단이 수시·정시 비율, 수능절대평가 전환 등의 문제를 놓고 논의를 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예민한 문제의 결정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저에서 공론화 절차가 만능은 아니며, 공론화 방식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추천 도서]

『학교 없는 사회』
이반 일리치 지음, 박홍규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2009년
이반 일리히는 이 책에서 ‘잠재적 교육과정’을 이야기한다. 학교는 생각만큼 평등하지 않다. 개천에서 용 나기는 어려운 법, 승리는 결국 여건이 좋은 아이에게 돌아가기 쉽다. 그러나 학교는 신분 상승이 어려운 이유를 개인 탓으로 여기게 한다. 자신이 가난하고 못사는 이유를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서 찾게 한다는 의미다. 교육개혁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부의 미래』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청림출판 펴냄, 2006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사회 제도의 변화 속도를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에 비유한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다. 경쟁이 하도 치열해서 기업들은 속도를 낮출 엄두를 못 낸다. 하지만 학교는 어떨까? 학교는 고속도로를 시속 10마일로 달리는 낡은 자동차다. ‘타이어는 펑크 나고 라디에이터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우리 교육 현실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