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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하직하는 셈인데 정리할 것 많겠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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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희동의 해명·사과 시기가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과 때를 같이해 정부·민정당 인사들이 일요일인 20일과 21일 아침 잇따라 회동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 한때 『일이 틀어지는 게 아니냐』는 어두운 억측들이 난무.
그러나 당정회의에 참석했던 박준병 사무총장·김윤환 총무 등은 『연희동 문제로 모인 게 아니고 청문회 대책을 논의했다』면서 연희동 문제엔 함구로 일관.
한편 연희동 측은 21일 오전 각 언론사로 전화를 걸어 『전 전 대통령의 대 국민담화 발표를 23일 오전 9시30분에 실시키로 했다』고 통보.
한 측근은 『응접실이 좁아 취재기자는 각 사 1명씩으로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협조를 요청했는데 해명문을 낭독한 뒤 한 두 개쯤의 질문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사과시기가「21일 중」에서 자꾸 늦어지자 민정당 측도 『전씨의 심경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고 당황하는 모습이었으나 『23일로 확정했다』는 후속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
윤길중 대표위원은 21 일 오전 당직자 회의에 앞서 기자들이 연희동 측의 사과시기가 지연되는 이유를 묻자 『세상과 하직하는 셈인데 이것저것 정리할게 많지 않겠느냐』고 「하직」이란 말을 강조 한 뒤 『너무 궁지로 몰지 말아달라』고 당부.
윤 대표는 사과문안 작성에 이견이 있는 거냐는 질문에 『내가 처음 방문해 말한 대로 되 고 있는데 왜 믿지 못하는가』면서 『아무런 문제점도 없다』고 단언.
한 연희동 측근은 『사후 거취문제가 최종 결정되지 않아 장소를 물색하느라 2∼3일 늦어 진 것』이라며 『훌훌 털고 가자니 짐도 꾸리고 정리해야 될 것 아니냐』고 설명.
당의 한 관계자는 『사후 거취장소와 짐 정리 등도 사과시기 지연의 한 사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광주청문회·언론청문회를 지켜본 뒤 그에 따른 여론 등을 사과문에 수렴키 위한 것』이라고 전하고 『5공화국의 출범·통치과정 및 광주사태·공직자숙청·삼청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잘못을 시인하고 정중히 사과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납득하리라 믿는다』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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