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전 국보위 얘기 있었다|광주특위 이희성씨 답변 주영복·김상현씨 등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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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광주특위는 18일에 이어 19일 오전 주영복 전 국방장관, 김대중내란음모사건 관련자인 김상지·정동년씨, 내란음모사건 담당검찰관인 정기용씨를 각각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 이틀째 회의를 계속했다. <증인신문요지 3, 4, 5면>
이날 오전 다시 증언키로 됐던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은 문동환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극도로 악화된 건강 때문에 증언에 응할 수 없다』며 『건강이 회복된 후 증언이 필요하다면 그때 증언하겠다』고 불참통고를 해왔다.
이틀째 회의에서 주영복 당시 국방장관은 『80년 5월1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직전 합참의장·3군 참모총장 등 5인이 따로 만난 자리에서 국가보위비상 대책위원회의 설치필요성을 내가 제안했다』고 밝히고 『국보위설치 기안자는 권정달씨였다』고 말했다.
주씨의 이 증언은 권씨가 당시 보안사 정보처장이었으므로 국보위설치 제안은 당시 전두환씨가 사령관이었던 보안사의 주도에 의한 것임을 사실상 시인한 발언으로 주목된다.
주씨는 그러나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보위 설치를 결의한 것이 아니냐는 김영진 의원(평민) 질문에 『그런 사실은 없다』고 말하고 『국보위 설치안은 그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총무처장관의 제안으로 의결됐다』고 발했다.
주씨는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를 건의키로 의결했다』고 말하고 『당시 학생시위는 진정됐으나 전국학생회장회의에서 5월22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을 결의, 비상사태 하에 있다고 판단했으며 북괴군 전군에 비상전투태세가 하달되고 동구권을 방문하던 참모총장이 급거 귀국하는 한편 전방배치·간첩침투 등으로 상황이 급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9일 오전1시까지 계속된 청문회에서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은 『12·l2사태는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재가가 날것으로 알고 한 행위로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시인하고 『당시 최 전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것은 사후인 13일 오전 4시로 전두환·노태우씨 등이 병력동원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잘못이며 어떤 판단에서 그렇게 동원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씨는 5·17계엄전국확대조치에 대해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그러한 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그후 잘못됐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히고 『지휘책임을 묻는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5·l7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보위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기억에 없다』고 대답한 뒤 『다만 회의직전 3군 총장과 국방부장관사이에 국보위에 관한 얘기가 잠시 있었다』고 말해 지금까지 5·17조치 이후 국보위에 관해 협의했다는 5공 시절 정부의 일관된 발표를 뒤엎었다.
이씨는 발포명령이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신문에 『5월21일 계엄사령관 명의로 군의 자위권보유선언이 이뤄졌으나 일선부대에서의 자위권 행사는 그 이전에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부인하고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와 20사단의 작전지휘권은 육본에 있었다』고 말해 미군의 관련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씨는 광주진압작전인 충정상무작전 시기변경이 한미협의사항이라고 밝힌 자료를 김영진 의원(평민)이 제시하고 나서자 5월24일 이후로 작전을 연기하라고 지시하고 최종적으로 27일로 작전지시를 내린 것은 미국 측이 사건이 장기화되어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작전과정에서 시기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씨는 『국회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10호는 헌법에 위배된 사항』이라고 시인하고 등원하는 의원들을 막은 것도 잘못된 일이나 일순간 판단의 잘못을 긴 시간 전체의 잘못으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광주사태당시 간첩검거 설이나 정동년씨가 18일 시위를 주동했다고 한 발표 등은 전두환씨가 본부장으로 있던 합수부의 자료를 읽은 것 일뿐 자신은 일일이 관여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뒤에 그것이 사실과 다름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증언한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상황증거와 과거 기관에 근무하던 사람들로부터 직접 들은 바에 따르면 전두환씨가 발포명령자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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