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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징나무 히말라야시다 1천그루 사라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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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은 요즘 벌목장이 된 느낌이다.

청사 뒤편 동산은 아침부터 톱질 소리에 대형 트럭은 자른 통나무를 실어나르느라 바쁜 모습이다.

태풍 '매미'는 도청에서만 아름드리 나무 3백여그루를 쓰러뜨렸다. 이 가운데 2백40여그루는 1967년 도 청사 준공때 심은 히말라야시다들이다.

히말라야시다는 30여년간 도청 뒤편에서 작은 숲을 이루며 경관은 물론 '권위'를 드리웠다. 이들의 최후는 처절했다. 지난 12일 밤 9시부터 3시간여 현장을 지켜본 청사관리계 직원은 "뚝뚝 소리가 바람소리에 뒤섞이며 맥없이 뿌리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경북대 임학과 주성현(朱城賢)교수는 "히말라야시다는 대구지역에 유독 많아 상징수 같은 존재"라며 "태풍에 약한 것은 천근성(淺根性) 때문"이라고 말했다.

뿌리가 얕으면서(1m 미만) 넓게 퍼지다 보니 강풍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

히말라야시다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애정을 표시한 수종으로 전해진다. 동대구로 등 대구지역 곳곳에 서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도청에선 히마라야시다를 빼고는 아카시아류와 은행나무.소나무.오동나무 등이 수십그루씩 쓰러졌을 뿐이다.

나무는 넘어지면서 담장과 어린이집 등을 덮치는 피해를 내기도 했다.

도청 관계자는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파손된 시설을 고치는 데만 1억원쯤 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북대 캠퍼스에도 이번 태풍으로 나무 7백여그루가 쓰러졌다. 여기서도 본관 주변 수령 40년짜리 등 히말라야시다가 대부분 넘어졌다. 2군사령부도 마찬가지.

이밖에 동대구로 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 구간과, 성서공단 등지 히말라야시다도 6백여그루나 쓰러졌다. 대구의 히말라야시다 거목 1천여그루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동대구역~범어네거리 구간의 히말라야시다는 용케도 넘어지지 않았다.

나무가 노쇠해 가지를 치고 지지대를 설치한 덕분이었다.

대구시는 그동안 이 가로수를 뽑을 것인지를 두고 3차례나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시 강점문 녹지과장은 "다음달쯤 다시 같은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이제 수종 교체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된 것같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 성장 빠르고 공해에 잘견뎌

히말라야시다=히말라야산맥 서부와 아프가니스탄 동부가 원산으로 국내 이름은 개잎갈나무다. 소나무과의 상록침엽수로 조경수로 많이 활용되며 수고 30~50m 지름 3m까지 이른다. 도시 공해에 잘 견디며 생장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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