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화하자며 법정논란|김우석<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4일 오전10시10분쯤 미문화원 난입사건관련 피고인 3명에게 실형이 선고된 직후의 서울형사지법 대법정.
재판부가 퇴장함과 동시에 방청석에 있던 구속자 가족으로 보이는 부녀자 5∼6명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피고인들이 재판을 거부, 퇴정시킨채 선고를 했기때문에 피고인석은 비어 있었다. 방청석에서는 재판장의 이름을 부르며 갖은 욕설과 구호·고함이 터져 나왔다.
놀란 법윈서기가 사건기록을 품에안고 보자기로 묶으려 했으나 부녀자들은 기록 일부를 빼앗아 표지를 찢었고 선고때 사용한 판결문 초고 2장도 갈가리 찢어버렸다. 흥분한 방청객 일부도 이에 동조해 기자석·검사석 명패와 의자를 뒤엎는등 난동을 부렸다.
피고인과 가족들은 시종 관련피고인 7명의 병합심리를 요구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채 실형을 선고하자 불만이 폭발했던것.
5공말기에 시작된 법정소란이 한때는 시국사건마다 유행처럼 번지다가 한때 뜸한듯 하더니 재판기록까지 찢는 사대로 악화된 것이다.
이성을 잃은 구속자 가족들의 지나친 행동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될듯 싶기도 하다.
박종철군고문치사사건·부천서성고문사건의 법정에서 유가족·피해당사자들이 소란을 피울때 「시대적 불행」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길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민주화를 주장하면서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화의 요체는 바로 사법권독립이고 사법권의 독립은 민주화를 외치는 쪽에서 앞장서야 하지않을까.
5공시절 「행정부의 시녀」라는 비난을 받아야했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하루아침에 바꿜수는 물론 없다.
그러나 지난 여름의 법관서명파동이후 사법부도 환골탈태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이제 법정소란은 누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수 없을것 같다.
『저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배석판사들에게 의자나 고무신이 법대위로 날아오더라도 절대 피하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당사자들이 민주화를 위해 던진 의자라면 맞아국더라도 피할 생각은 없읍니다.』
시국사건을 주로 맡고있는 중견부장판사의 이같은 「각오」가 모든 법관들에게 공통된 것이라면 사법부에 돌던지는 일은 이제 삼가야할 것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