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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페소화 "나 어떡해"…기준금리 45%로 인상

중앙일보

입력

터키 금융시장의 불안 여파가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 페소화에 불씨가 가장 먼저 옮겨붙었다.

터키 리라화 불똥이 아르헨티나로 #전 정권 부패스캔들로 금융시장 취약 #장중 한때 달러대비 사상 최저 환율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13일(현지시간) 오전 장중 한때 전장에 비해 2.5% 하락한 달러당 30페소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IMF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금융당국이 서둘러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달러당 29.91페소로 내려앉은채 장을 마감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전 정권의 고위 관리들과 건설회사 중역들이 부패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면서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고, 불확실성이 겹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가장 취약한 아르헨티나 페소로 불똥이 옮겨붙은 것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부패스캔들과 관련한 법정에 출석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이 그의 얼굴이 그려진 아르헨티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부패스캔들과 관련한 법정에 출석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이 그의 얼굴이 그려진 아르헨티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아르헨티나 경제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는데, 터키발 금융불안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0%에서 5%포인트 인상했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지난 9일(현지시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민들이 페르난데스 부부 정권의 부패스캔들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민들이 페르난데스 부부 정권의 부패스캔들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10월까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제시했다. 터키 리라화에서 촉발된 신흥통화 불안이 페소화로도 번지자 중앙은행이 금리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45%라는 막대한 금리로 외화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전문가들은 터키 금융시장의 여파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ING디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카스텐 브르제스키는 “터키 금융시장 여파는 한정되어 있고, 러시아 정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아시아 신흥시장은 상황이 달라 여파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앞으로 몇 달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다른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신흥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회사들의 실적에 타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회사는 라스베이거스 샌즈ㆍ윈리조트ㆍ마이크론ㆍ엔비디아ㆍ씨티그룹ㆍ일루미나ㆍ모건스탠리 등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기업들이 터키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지는 않지만, 만약 신흥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발생한다면 매출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이미 이러한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이 바스켓에 담긴 주식 중 23%는 매출이 예상치에 못 미쳤다”고 덧붙였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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