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훔쳐 달아난 범인, 수중엔 400만원뿐 “길에 버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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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수송차량에서 2억원을 훔쳐 달아난 수송업체 직원 A(32·고개 숙인 자)씨가 범행 엿새만인 13일 검거돼 관할 천안서북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금 수송차량에서 2억원을 훔쳐 달아난 수송업체 직원 A(32·고개 숙인 자)씨가 범행 엿새만인 13일 검거돼 관할 천안서북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금 수송차량에서 2억여원을 훔쳐 달아난 수송업체 직원 A(32)씨가 범행 엿새만인 13일 검거됐다. 경기도 평택과 서울, 충남 보령 모텔 등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해온 A씨는 현금을 도주 과정에서 모두 버렸다고 진술했다.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분쯤 충남 보령시 한 해수욕장 인근 모텔에서 A씨가 체포됐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8시 47분쯤 천안시 서북구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동료 두 명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돈을 넣으러 간 사이 수송차 안에 있던 현금 2억여원을 미리 주차해 둔 자신의 차량으로 옮겨 달아났다.

그가 달아나는 데 사용한 SM7 승용차는 지난 10일 정오쯤 경기 평택시 한 골목에서 발견됐다. 범행 10여일 전부터 늦은 밤이면 A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몰아 평택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매일같이 찍혔다. 평택을 도주지로 정한 뒤 차량을 버릴 곳을 탐색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범행 이틀 전부터 휴대전화를 미리 꺼뒀다. 범행 당일에는 아예 집 안에 휴대전화를 두고 나갔다.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휴대전화를 끄면 위치 추적이 되는지’ ‘횡령죄 어떤 처벌 받는가’ 등을 검색한 흔적이 확인됐다.

수송업체 직원 근무복을 입고 있던 그는 평택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티셔츠와 바지로 갈아입고는 택시를 잡았다. 이어 ‘서울 모 대학가 주변으로 가자’며 택시 기사에서 서울로 향할 것을 주문했다.

도주 중 CCTV에 찍힌 현금 2억원 절도 피의자. [천안 서북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도주 중 CCTV에 찍힌 현금 2억원 절도 피의자. [천안 서북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서울 한 모텔에 투숙한 A씨는 10일 새벽까지 모텔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채 은둔생활을 했다. 밥도 모텔 주인에게 배달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 숙식을 모텔에서 해결했다.

10일 오전 모텔을 나선 A씨는 이번에도 택시를 타고 충남 보령의 한 해수욕장 인근 모텔로 향했다. 경찰은 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 90여 곳을 뒤져 결국 13일 낮 12시 2분쯤 한 모텔에 숨어 있던 A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A씨 수중에는 훔친 2억3500만원 가운데 400만원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세상 살기 싫어서 돈을 훔쳤다”며 “돈은 서울에서 보령으로 내려오는 길에 택시 안에서 밖으로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돈을 어딘가에 숨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돈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추궁해 돈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며 “14일 A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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