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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 vs 미개한 행동…개 식용 바라보는 해외 시선은

중앙일보

입력

16일인 말복을 사흘 앞두고 개 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청와대가 10일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가축에서 개가 빠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게 시발점이 됐다.

동물수호친구들 등 동물보호 단체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수호친구들 등 동물보호 단체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 식용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개를 먹는 것은 미개한 행동”이라며 대부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앞두고 논란

개 식용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4년 한국 정부는 아시안게임(1986년)과 서울올림픽(1988년)을 앞두고 보신탕과 뱀탕 식당을 폐쇄키로 했는데, 이 내용이 아랍신문에 크게 실렸다.

1970년대 후반 서울시내 보신탕집 골목. 이때 보신탕집은 거리낌없이 대중음식점으로 불리웠다.[중앙포토]

1970년대 후반 서울시내 보신탕집 골목. 이때 보신탕집은 거리낌없이 대중음식점으로 불리웠다.[중앙포토]

이 보도가 나간 한 달 후에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국제동물복지 기금’의 직원 두 명이 한국을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 시민들이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고 있는데 동물보호단체는 뭘 하느냐’고 항의해 실태조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 단체는 올림픽이 열린 해에도 ‘한국인의 야만적인 입맛’을 없애기 위해 100만 명의 서명을 받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올림픽 후 이뤄진 대통령의 유럽순방 때도 한국인의 보신탕을 문제 삼아 유럽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프랑스 원로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애견과 함께 찍은 사진. [중앙포토]

프랑스 원로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애견과 함께 찍은 사진. [중앙포토]

이후 국제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개 식용 논란은 계속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1년 앞두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 중 “개를 먹는 건 문화가 아니라 야만스러운 행동이다. 전 세계 축구팀에게 보내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것이다.

미국의 한 NGO 단체(Sirius GAO)는 월드컵 당시 한국의 개 식용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당시 한국의 모든 미디어와 대사관에 개 식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고, 미국 정치인에게 한국과의 무역을 전개할 때 압력을 가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앞두고도 '개 식용' 다시 도마 위 

2016년 영국 내에서 한국인의 개 식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영국 여성은 한국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2016년 영국 내에서 한국인의 개 식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영국 여성은 한국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2018 평창올림픽’ 개최국으로 선정된 후 개 식용 문화는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2016년 2월 영국의회 사이트에 ‘한국의 개 식용을 멈추도록 권고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6개월 동안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한국인의 개 식용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영국인 여성 2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이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여성 정치인은 “한국에서 보신탕을 먹는 풍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평창올림픽 불참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선수 이승우는 지난 5월 치러진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후 "개 샌드위치로 더 유명해 질 것"이라는 차별 발언을 들엇다. [연합뉴스]

축구선수 이승우는 지난 5월 치러진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후 "개 샌드위치로 더 유명해 질 것"이라는 차별 발언을 들엇다. [연합뉴스]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난하는 시선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개고기를 먹을 것이라고 단정 짓고 차별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5월 이승우 선수(20·헬라스 베로나)는 이탈리아 프로 축구 리그(세리에A)에서 명문 AC밀란을 상대로 데뷔 골을 넣고도 웃지 못했다. 이탈리아 지역방송 해설자가 이 선수를 두고 “AC밀란을 상대로 득점한 것보다 개고기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는 선수로 더 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선수는 해당 중계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나의 문화로 존중하자는 시각 존재 

한국의 개 식용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2016년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볼로냐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2년 한 대담에서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옹호하기도 했다. “어떤 동물을 잡아먹느냐의 문제는 인류학적인 문제다. 상이한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여경훈 정보검색사 yeo.kyou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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