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러링' 한다며···워마드에 올라온 '서울대 男화장실 몰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대 입구에 있는 '샤' 조형물.

서울대 입구에 있는 '샤' 조형물.

이번에는 서울대가 ‘화장실 몰카 영상’의 표적이 됐다.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고려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몰카 영상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된 지 세 달만이다. 서울대 측은 워마드에 ‘서울대 화장실 몰래카메라’ 영상이 올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몰카 잡아내기’에 나섰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게시자들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부터 중앙도서관·인문대 등 게시 의혹 #본부, 8일 1차 탐지 후 1700개 화장실 전수 조사키로 #전문가 "법 테두리 벗어난 행위는 정당화 안돼" 경고

사건은 지난달 29일에 벌어졌다. 워마드에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화장실 몰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12일 오전 현재 조회수가 3000회를 넘어섰다. 이후 ‘몰카에 나온 스트라이프 셔츠남 게X냄새 폴폴나노’ ‘본부 몰카본’ ‘인문대 XX충 사진 및 신상 푼다’ 등 서울대 관련 게시물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의 제목대로라면 서울대 남자화장실 곳곳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얘기다.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이런 사실은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등을 통해 재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대학본부는 학생회 측과 협의해 학내 화장실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기로 했다.

지난 8일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의 지원을 받아 워마드에 거론됐던 중앙도서관·학생회관·인문대·자연대 화장실 등을 먼저 조사했다. 탐지 결과 다행히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본부는 다음달 7일까지 학내 화장실(장애인용 포함) 1700곳을 대상으로 몰카 탐지를 할 계획이다.

이번주 내로 몰카 탐지 장비(4대)를 구입해 청원경찰이 순찰 때 화장실을 탐지하도록 매뉴얼도 수정했다. 기존 경비업체에도 화장실 몰카 단속 강화를 요청했다.

서울대 관리과 관계자는 “탐지 장비를 구입해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화장실 몰카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다음달 초에는 화장실 시설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 동안 학내 화장실 전체를 점검하고 화장실 칸막이에 생긴 구멍을 막은 바 있다. 당시에는 탐지 장비를 쓰지 않았다.

총학생회는 13일 게시자들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워마드 공간은 우리 학생들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인권 침해 사안이 일어날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 게시물의 진위 여부는 파악되지 않는다. 게시자들의 ‘거짓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학생들은 공포에 떨어야 한다.

[워마드 홈페이지]

[워마드 홈페이지]

워마드에 ‘대학교 화장실 몰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고려대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등과 관련된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당시 두 대학 총학생회는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는 “성별을 불문하고 몰래카메라 촬영 및 유포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이와 같은 행위는 미러링이라는 목적으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마드 회원들이 이처럼 화장실 몰카를 올리는 행위는 ‘미러링’(상대방 행위를 따라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라고 불린다. 회원들은 기존 여성혐오 사이트나 음란물 사이트에 여성 화장실 몰카 영상을 올리는 행위를 그대로 따라해 앞선 범죄 행위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무리 절박한 이유라도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미러링은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을텐데, 이런 행동은 공감을 얻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사회질서를 해친다”고 경고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