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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맛」느낀 3일간"|"법은 국민의것"확인|의원들 비호발언엔 "개탄"|동문서답식 위증에 "분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많은 국민들이 일손마저 놓고 TV로 생중계되는 일해재단청문회에 매달린 7,8,9일 3일간은「민주주의의 맛」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시골아낙에서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이번 청문회가 권력자·재력가등 특권층에게 국법과 역사의 준엄함을 가르친 것은 큰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법이 통치자의 것만이 아닌 국민의 것이 될수있음을 확인시켜준 계기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은 그러나 장세동등 일부증인들의 삔뻔스런 거짓말에 분노를 나타내며 위증죄등으로 다스려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일부 의원들의 윽박지르기식 서툰 신문과 여당의원들의 구태의연한 비호성 발언에는 개탄하기도 했다.
▲지계순씨(32·주부·서울대치동쌍용아파트)=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재방송까지 빼놓지 않고 쭉 지켜보았다.
무조건 부인하거나 동문서답식으로 대답을 회피하는등 전두환씨를 비호하려는 추태를 보인 일부 증인은 엄하게 의법조치해 법의 무서움을 가르쳐야한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칠줄 모르고 자신들이 합당하게 행동했다고 믿는것 같다.
▲한도삼씨(36·운전기사·서울화곡동 우신아파트)=어느 승객이건 청문화 얘기를 하지않는 사람이 없다. 한결같이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권력형 비리의 구체적 과정과 역할담당자다.
그런데 많은 의원들이 도덕적 설교로 장광설을 늘어놓거나 신문준비를 하지않아 초점을 흐리는가하면 심지어 5공비리를 정당화하려고도 해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서나마 조금씩 밝혀지는 절대권력의 방자함, 재벌들의 권력유착등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새삼 생각하게된 것은 청문회의 큰 소득이었다.
▲이왕철군(21·서울대 외교2)=청문회를 통해 5공비리는 물론 5공자체의 부당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큰 의의라고 본다.
의원들의 자질이나 증인들의 시종 발뺌하는 자세에 대한 비판은 이번 청문회가 사상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해된다.
다만 증인들을 통해 직·간접으로 밝혀진 비리에 대해서는 도덕적·정치적 단죄는 물론 사법척 처벌도 가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추광영씨(서울대교수)=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청문회가, 그것도 TV생중계로 진행된 것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질의자들이 「심증」이나 「풍문」에 근거를 두고 증인을 서투르게 몰아붙여 여론재판 효과만 노리는 것은 유감이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위촉한 변호사등 전문가들이 방대하고 치밀한 증빙자료로 증인의 묵비권 행사마저 무력하게 만들곤 한다. TV의 스피디한 진행요령과 더불어 청문회 참여자 모두의 태도가 점차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김도연씨(36·전-이구속처벌투쟁본부 대변인)=청문회를 통해 5공비리의 심각성과 전씨 구속처벌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청문회는 장세동·최순달씨등 증인들의 정직하지 못한 자기합리화 자세와 김동주·노무현의원(민주)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의원들의 준비소홀및 미숙으로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리라는 당초의 기대감을 충속시키지 못해 아쉬웠다.
▲성민경씨(50·변호사)=의원들이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등 사전준비가 치밀해야할것 같다. 자료수집, 관련 법규및 사건내막연구등이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증인을 꼼짝못하게 할수 있다.
물론 권력층에게 준법정신을 일깨우고 가려진 내막 일부가 밝혀지는등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아마추어인 의원이 전문가인 증인의 농간에 넘어가는 듯한 부분도 없지않았고 5공비리를 밝혀냈다기 보다 과거의 때를 벗겨준듯한 대목도 있었다. 「청문회전문검사제」를 도입해야 할 현실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들었다.
▲장빈씨(32·목사)=우리의 정치사에서 이러한 청문회를 가질 수 있게된 것 자체가 좋은 전조다. 그러나 여당의원들이 증인심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 증인을 변호하는 것 같은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 실망했다.
일부 야당의원들도 증인신문보다 지역구 주민들을 의식한 인기성발언을 일삼는 것을 보면서 「신문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5공비리의 뿌리를 쁩아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
▲이영국씨(32·철문고교사)=청회가 처음이라 기술적인문제가 있을 것임은 이해가되나 의원들의 대비자세에도 문제가 있는것 같다.
증인들이 그동안 국민을 무시하고 지배자로 군림하여 살아온 모습을 어느정도 밝혀내는 성과는 있었고 과거의 초법적 권세자를 혼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력을 느끼게 했다.
앞으로 기술적으로 윽박지르지 않으면서도 밝힐 것을 밝히는 접근방식을 개발, 체득해야 국민의 대표자로서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며 국회에 대한 신뢰·기대가 더 커질 것이다.
▲우두식씨(28·증권회사직원·경기도광명시철산동주공아파트)=청문회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는 자리다. 이를 위해서는 증인의 솔직·성실한 답변자세와 질의자의 핵심을 잃지않는 논리적인 질문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5공비리의 주역이었던 증인들은 「모른다」「기억이 안난다」는 등의 답변으로 일관, 자기 잘못을 인정치 않으려해 그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혔으며 그들의 은페와 책임회피를 전국민의 성원속에서도 시원스레 드러내지 못하는 의원들의 능력에 실망했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지고 권력의 도덕성이 강조되는 점은 반가운 현상이다.
청문회제도의 발전적 정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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