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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체내서 「헤파드나」바이러스 발견|B형간염 조기퇴치에 "청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나라 다람쥐가 인체의 B형간염 바이러스와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헤파드나 바이러스)를 체내에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간염및 AIDS(후천성 면역결필증)퇴치를 위한 기초연구에 큰 활력소가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 간연구소 김정룡박사팀은 간염을 일으키는 DNA(디옥시리보핵산)바이러스인 헤파드나 바이러스를 국내 야생다람쥐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최근 학계에 보고했다.
이에따라 다람쥐를 B형간염과 AIDS연구의 실험동물 모델로 활용할수 있게돼 이 분야의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의대 김정룡(내과)·서정선(생화학교)교수와 중앙대 의대 유병철교수(내과)등이 참여했다.
김교수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숙주가 영장류등에 국한돼 있는데다 조직배양으로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기법마저 개발되지 않아 그동안 간염연구에 애로가 많았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번연구를 토대로 다람쥐를 실험동물 모델로 정착시킨다면 기초연구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B형간염이나 AIDS바이러스의 증식에 대한 연구를 위해 사람의 혈청을 뽑아 주사할 경우감염되는 숙주동물이 매우 중요하다.
숙주동물로는 지난 86년 연세대 의대 이원영교수가 밝혀낸 바다거북과 침팬지가 있지만 현저 확실히 이용 가능한 것은 값도 비싸고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침팬지 정도고 바다거북은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것.
이때문에 인터페론처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의 약효실험등에 많이 필요한 헤파드나 바이러스를 가진 동물이 절실히 필요하다.
유교수는 『그동안 새로운 헤파드나 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위해 집오리·돼지·소·토끼·실험용 횐쥐를 각각 50∼1백마리 택해 혈청을 쁩아 연구했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하다가 드디어 다람쥐(실험대상 1백92마리)에서 항원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항원이 발견된 혈청을 염색, 원심분리등 조작을 가한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B형간염 바이러스임자와 표면항원 입자를 발견하는 한편 DNA와 이를 증식하는데 필요한 효소(DNA폴리머레이스)를 확인했다.
다람쥐의 B형간염 바이러스와 표면항원의 입자는 직경이 각각 41나노m, 21나노m (나노=10억분의1)로 사람의 것(각각 42, 22나노m)과 크기가 거의 같고 모양도 핵을 가진 2중구조와 둥근 모양으로 흡사하다는 것.
연구팀은 B형간염 표면항원이 양성인 혈청을 음성다람쥐에 주사하고 2개월후 검사해보니 급성및 만성간염을 나타냈다고 밝히고 앞으로 다람쥐를 실험동물 모델로 삼아 B형간염 퇴치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B형간염과 AIDS바이러스는 모두 △역전사효소를 갖고 있으며△암을 유발할수 있고△DNA유전자의 구조도 같은등 유사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간염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제가 개발될 경우 AIDS퇴치도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북경오리등 외국산 동물 3종에서 헤파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으며 미국등 선진국내서는 이에대한 연구논문이 매년 쏟아져나오고 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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