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선수, 잇단 병마 이겨낸 오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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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야구 선수에서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야구 해설가를 거쳐 한국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행정가로 변신.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하일성(57)씨의 인생 역정이다. KBO 이사회는 지난달 사퇴한 이상국 전 총장의 후임으로 야구해설가 하일성씨를 선임했다. 하 신임 사무총장의 임기는 2009년 3월까지다.

야구선수 출신으로는 이용일(1981년12월~91년2월), 박종환(1996년1월~1998년3월) 전 총장에 이어 세 번째로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하 신임 총장은 "경기인 출신이 야구행정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지만 이 자리를 맡아 보고 싶다는 마음도 강했다. 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구는 속단할 수 없는 경기라는 의미의 "야구 몰라요~"라는 대표적인 유행어를 만들기도 한 하 총장은 구수한 입담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학창 시절 성동고와 경희대에서 선수로 뛰었지만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서울 환일고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하다 1979년 동양방송(TBC)에서 야구해설가로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해설가 데뷔 후 고교야구의 인기와 프로야구의 출범으로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인물이 됐고 최근까지 28년 동안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해설가로 일해왔다.

그는 "26년간 일해온 KBS에 3일 사표를 냈고 사장 면담을 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야구 해설에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일해보겠다는 마음이 강했기에 마이크를 놓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야구계 인사들은 하 총장의 변신에 크게 놀라지 않는다. 그는 최근 야구인들로부터 '사람이 크게 달라졌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 총장은 하루에 담배 3갑은 기본이고, 일주일에 다섯 번은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시던 건강 체질에 친구까지 마다하지 않던 '의리의 사나이'였다.

그러던 그가 2002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뒤 담배를 끊었다. 2004년 위 종양 수술을 받게되자 술마저 거의 끊었다.

최근에는 기독교인(인천 순복음교회)이 돼 예전과는 대비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초임 교사 시절 제자였던 부인 강인숙(50)씨와의 사이에 딸 둘과 네 살 난 손녀딸을 둔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사람들이 마음껏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운동장을 많이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재임 기간 중 2개 구단을 증설해 10개 구단이 리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고도 했다. 하 신임 총장은 KBO 운영의 재정적 투명성을 위해 꾸준히 지적돼온 감사 여부에 대해서 "업무 파악을 더 해봐야겠다"며 질문을 피해갔다. 경기인 출신으로서 현재 대립 구도인 프로야구 선수협과 구단 사이에서 입장 설정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태일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9일자 31면 '무명선수, 잇단 병마 이겨낸 오뚝이' 하일성 프로야구 신임 사무총장 기사에서 하일성씨의 부인 이름은 방인숙씨가 아니라 강인숙(50)씨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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