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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밀리면 '반전카드'로 내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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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열린우리당이 5일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답변을 요구하면서 던진 13가지 질문의 일부다. 열린우리당은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으나 전형적인 네거티브(흑색.비방) 선거운동이다. 오 후보 측은 "우리는 계속 정책선거로 가겠다"며 맞대응을 피했다.

지난달 초엔 상황이 정반대였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강금실 전 장관(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이 대표로 있던 '지평'이 일거리가 늘었는데도 법인세 납부액은 줄었다"며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장관 측은 적극 해명하면서도 "네거티브 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여유를 부렸다.

한 달 사이 양측 입장이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답을 찾는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쪽이 상대방을 공격하며 반전을 노린다는 것이다.

?네거티브도 전략=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8일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선거'를 안 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반대방향으로 계속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출마자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지난달 펴낸 '필승가이드' 책자에는 네거티브 관련 항목이 곳곳에 나온다. 책자는 "상대 후보의 부정적인 면은 최대한 강조하라"고 주문한다.

TV토론에선 "상대 후보의 책임 부분, 구체성 결여, 이슈에 대한 비일관성 등을 계속 강조"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윤상림 게이트 ▶이해찬 총리 골프 일지 ▶황우석 사태 등 '공격 소재'도 상세히 적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네거티브 방식은 상대 후보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우리 측 강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효과가 있다"며 "특히 이미지가 뚜렷한 후보일수록 네거티브 공격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쪽' 이미지의 이회창 전 총재가 상대 측의 '아들 병역 의혹' 공격에 무너진 게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김민전(정치학) 경희대 교수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선거에서 네거티브 운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선거 때 포지티브(정책 경쟁) 대 네거티브 전략을 6 대 4 정도로 사용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 비방전도 변화 중=1~3차 지방선거를 비롯한 주요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 공격은 단골 메뉴였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2주 앞두고 민주당 김민석 후보 선대본부 상임위원장이었던 이해찬 의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의료보험에는 소득을 적게 신고하고 돈을 되돌려받는 국민연금에 대해선 소득을 많게 신고했다"고 공격했다. 당시 이 후보 측 대변인을 맡아 방어에 나섰던 사람이 오세훈 현 후보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최병렬 서울시장 후보 측이 국민회의 고건 후보의 병역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네거티브 운동이 계속되긴 하지만 그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식의 흑색 폭로전은 여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상이 최근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한 실장은 "매니페스토를 비롯한 정책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정책이나 내용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운동이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강주안.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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