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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30분 걸리던 별마로 천문대 택배, 드론이 7분만에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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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강원도 영월 우체국 옥상에서 소포 박스를 탑재한 우편용 드론이 해발 780m에 위치한 별마로 천문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강원도 영월 우체국 옥상에서 소포 박스를 탑재한 우편용 드론이 해발 780m에 위치한 별마로 천문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8일 오후 1시 30분쯤. 강원 영월 우체국 옥상에서 드론이 ‘윙’하는 엔진 소리를 내며 사뿐히 날아올랐다. 드론 하단엔 우체국 택배 박스 중 가장 큰 사이즈인 ‘5호’ 상자를 실은 채였다. 70~80m가량 상공으로 일직선으로 떠오른 드론은 봉래산 정상(해발 780m)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까지 날아갔다. 이어 천문대 주차장 150m 상공에서 멈춘 뒤 수직으로 낙하해 지면과 별다른 마찰 없이 안전하게 착륙했다. 직선으로 2.3㎞ 되는 거리를 평균 속도 18km로 날아 총 7분이 소요됐다. 별마로 천문대는 한 달에 소포 우편물 등 약 80건의 우편물이 배달되는 곳이다. 그동안은 집배원이 9㎞의 산악도로를 차로 30분 이상 달려 배달해왔지만 드론 배송으로 시간이 4분의 1로 단축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우편 배달용 드론의 시범 운영을 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에서 4km 떨어진 득량도에 소포와 등기를 배달했다. 이어 12월에는 세종우체국에서 세종시청까지 ‘도심지 드론 배송’을 선보였다. 우편용 드론 개발을 맡은 정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센터장은 “득량도의 경우 50m 상공에서 고도를 유지한채 날아가면 됐지만 별마로 천문대의 경우 산 경사에 맞춰 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선진 기술”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착륙시 지면과의 거리 오차를 줄여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센싱 기술도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시범 운영에 쓰인 드론은 국내 네오테크가 제작했다.

우편용 드론이 별마로 천문대 주차장에 도착한 모습. [사진 우정사업본부]

우편용 드론이 별마로 천문대 주차장에 도착한 모습. [사진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기술 발전에 힘입어 우편용 드론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예정된 2022년보다 일 년 앞당긴 2021년까지 드론 배달을 상용화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도서 산간 지역 등의 국민에게도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집배원들의 과도한 업무량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나 규제 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정 센터장은 “드론이 자체적으로 고장을 판단하는 기술,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민간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추가로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문제도 있다. 우정사업본부측은 우편용 드론에 탑재된 배터리의 최대 이용 시간은 40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이날 실험에선 도착지인 별마로 천문대에서 배터리 충전을 한 뒤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산악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컸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여러 거점을 거치면서 비행하는 기술, 옥상이 아닌 우체국 차량 등 좁은 공간에서 이륙하는 기술 등도 추가 연구 대상으로 꼽혔다.

별마로 우체국에 우편 배달을 완료한 우편용 드론이 출발지인 강원도 영월 우체국으로 귀환하고 있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별마로 우체국에 우편 배달을 완료한 우편용 드론이 출발지인 강원도 영월 우체국으로 귀환하고 있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정부가 규제를 완화했다고 해도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관련 기관의 사전 승인이 있을 경우에는 야간시간대 비행과 비가시권 비행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안전기술원의 허가를 받으면 승인된 지역에서 드론을 시범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승인된 지역이 한정적이고 지방에 몰려있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현행법상 공항 반경 9.3㎞ 이내 지역이나 사람이 밀집한 대도시에선 드론 비행을 할 수 없다.
정 센터장은 “관련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승인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며 “드론의 안전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려면 시범 운영을 위한 절차적인 편의성이 개선되야 한다”고 말했다.
영월=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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