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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해명·사과」퇴짜놓고 여론탐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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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권3당은 윤길중 민정당대표위원의 연희동 방문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권이 제시한「전씨의 해명·사과」해결 책은 미흡하다고 일단 퇴짜를 놓고있다.
그러면서도 야3당은 이 같은 해결책에 대해 여론이 어떻게 흐르는지 예의 탐색하는 상황이다.
평민당은 『정치보복은 하지 않겠다』고 한 김대중 총재 발언의 일관성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처벌을 주장하는 재야세력의 압력에 쫓아가느냐의 기로에서 엉거주춤한 입장에 빠져있다.
김총재는 국회 대표연설이나 기자간담회 등에서 『전씨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부정한 재산을 반납하면 정치보복은 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밝힌바 있으나 최근 재야운동권 세력이 「체포결사대」를 구성하는 등 전씨 부부에 대한 구속처벌을 거세게 밀고 나오면서 정치권의 「야합」을 경고하자 운신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있다.
평민당 측이 총선 이후 줄곧 구사해 재미본 「강·온 두 얼굴」의 전략이 이번 경우에는 재야의 거센 요구와 반발로 택일이 불가피하게 되어감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여론의 향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있는 상태.
따라서 평민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느냐에 신경 쓰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김총재가 지난달 28일 윤길중 대표와 만나 전씨 처리문제 등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상당히 당황해하면서 전씨 문제를 정치권이 사전 타협한다는 오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총재 자신은 윤대표와의 회동사실이 알려지자 『전씨와 관련된 문제를 비롯, 5공 비리는 초반부터 막후 정치절충의 형식으로 시작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국회특위에서 국민여론을 집약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차후에 국민여론에 따라 정당간에 얘기를 나눠볼 수는 있으나 조사도 하기 전에 목표를 세워놓고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면 안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총재는 그러면서도 『전씨에 대한 나의 생각은 대표연설에서 밝힌 대로 보복차원이 아니라 해결차원에서 결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알쏭달쏭하게 말해 여전히 두길 보기를 하는 인상이어서 여론의 향배에 따라 평민당의 최종방침이 결정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5공 비리를 확고히 척결하지 않으면 노태우 정권이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정국이 경색국면으로 치닫게되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기본 시각이다.
민주당은 그래서 전두환씨 문제가 금년내 매듭지어져야 하며 전씨 친·인척 및 핵심측근의 비리 등은 사법 처리하되 전씨 문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정치적 해결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여봤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전씨 문제 처리에 정부·여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전씨가 반성의 기미가 없는데 대해 최근 국민여론이 극도로 나빠져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김총재가 정기국회 대표연설에서 전씨 자신이 법적·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시인하고 모든 부당 재산을 헌납하고 진심으로 사과한 뒤 겸허히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국민의 납득 여부는 전씨의 해명과 사과내용이 얼마나 진실한가에 달러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특히 5공 특위 조사가 끝날 때쯤 전씨의 해명이 있을 것이라는데 대해 그때는 국민감정상 용서 못하는 분위기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태해결의 유일한 열쇠를 가진 노대통령의 조기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총재는 전씨 문제처리를 위해 윤길중 민정당 대표와는 만나지 않을 뜻을 4일 측근들에게 밝힌바있으며 당내에서도 전씨의 해명·사과가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겠느냐 에 회의를 품고 있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민주당은 윤대표의 연희동 방문이 노대통령의 아태 순방 출발 전에 결정된 고도의 정치적 각본으로 보고 그 정치적 파장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여권과의 막후접촉을 통해 전씨 친·인척 수명과 5공 핵심인사들의 구속이 처방전에 포함되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씨에 대한 구원 등이 뒤엉켜 꽤 비판적 자세를 취하면서도 현재의 들끓는 여론은 과도적 현상으로 보고 일단 전씨 자신의 해명·사과와 재산반환조치가 있고 난 뒤 국민여론이 재조정되면 국회가 이를 수습해야한다는 분위기.
특히 쉽게 달아오르는 다른 두 야당의 「남비」같은 분위기를 견제하며 냉정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평민·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씨 부부의 낙향에 대해서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종필 총재는 『전두환씨가 앞장서서 사과하고 부정한 재산을 반환하고 난 뒤 국회가 수습차원에서 그 뒤에 나서야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있다』며 전씨 스스로의 조속한 「개과천선」이 문제해결의 첫 단계임을 강조.
그러면서도 김총재는 『무작정 일부에서 떠든다고 거기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두 야당의 자세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전씨 스스로의 해명과 사과가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결론.
김총재는 『우리가 낙향하라 말라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며 전씨를 국외로 보내서도 안 된다』며 『우리국민이 원래 잔인한 국민이 아닌데 전씨의 사과가 충분하면 국민의 과용이 있지 않겠느냐』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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