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연희동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전두환 전대통령을 만난 윤길중 민정당 대표위원은 오후 당사에 돌아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전전대통령이 사과·해명을 하기로 했다』며 서두를 꺼냈다.
그러나 윤대표는 『대화내용은 일체 밝힐 수 없다』며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면서 『지혜로 판단해달라』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막연한 말로 답변을 대신.
이날 윤대표의 기자회견은 당초 취임 6개월에 즈음한 「입장표명」으로 계획되었는데 질문은 모두 전씨 문제로 집중돼 「연희동 방문 청문회」가 되어버렸다.
다음은 1문 1답 요지.
-전전대통령이 사과·해명의 시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는가.
『그는 국회특위활동과 비리에 대한 각종 조사가 진행중인만큼 이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했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해명과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사과·해명의 형식은.
『본인이 결정할 것으로 안다.』
-납득할 수 있는 선이란 무엇인가.
『구체적 얘기는 하지 않겠다. 기자 여러분들이 지혜를 가지고 판단해 달라.』
-국민들이 매우 궁금해하는 사안이 아닌가. 특히 재산반납문제도 거론됐는가.
『대화의 세밀한 내용은 여기서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체적 얘기는 할 수 없다. 당의 입장을 원칙적으로 얘기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
-일부의 「재산반납」주장에 대해 전전대통령의 심경이 불편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대화에서는 시종 정중한 예의를 갖추고 얘기했음을 알려드린다.』
-전전대통령이 국민여론이나 신문보도에 불만이나 섭섭함을 나타냈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물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섭섭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화내용은 밝히지 않겠다고 여러분에게 얘기했으니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사과·해명을 촉구했는가.
『당의 입장을 얘기한 것이다.』
-최근 운동권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전전대통령의 반응은.
『그분은 그 문제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내 개인적으로 국회에서 조사활동이 진행중인 만큼 학생들도 이성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전씨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은.
『거듭 밝히지만 비리에 대한 법적 처리는 어느 경우에나 확고해야 한다. 그러나 전전대통령의 경우 전직 국가원수로서의 예우가 있어야 한다. 정치문제를 법률적 차원으로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사결과 전전대통령의 범법사실이 드러나면 그때도 사법처리가 보복적인 감정차원이라고 생각하나.
『가정법은 쓰지 말자. 현재 진상규명이 되어야한다는 전전대통령의 뜻은 확고하다.』
-전전대통령의 당원자격에 변동이 있을 가능성은.
『물어보지 않았다.』
-윤대표의 연희동 방문은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인가, 혹은 어떤 협의가 있었나.
『절대 그런 일없었다. 시국이 어려우니 내가 당을 대표해 야당총재들을 만나 문제해결을 위해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었다. 내 스스로 결단을 내려 나의 소신을 얘기한 것이다.』
-야당지도자들은 모두 만나 의견을 들었나.
『이미 만난 분도 있고 앞으로 만날 수 있는 분도 있다. 정치적인 문제이고 국회활동과도 관련 있는 만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무슨 얘기를 했나.
『대화내용을 밝히는 것은 문체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으로 합의한 사실은 없고 정치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견해를 같이 하자는 원칙적인 언급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원칙이 무엇인가.
『보복·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야당 총재들도 이 같은 해결방안을 국회대표연설에서 천명하지 않았는가.』
-당내에 연희동 방문에 대해이견이 있었다는데.
『(웃으면서) 반발하거나. 멱살잡은 일은 없었다.』
-전전대통령이 자신의 재산규모에 대해 밝힌 적이 있나.
『(확답을 피하며)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전씨 재산이 수백억, 수천억, 나아가 1조원이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정치지도자가 책임 없는 발언을 하는 풍토는 사라져야한다.』
-두 사람 외에 배석자는 없었나.
『없었다.』
-전전대통령 내외의 건강상태와 근황은.
『개인적으로 「지금 그분들 심경이 어떻겠는가」는 생각을 한다. 나도 징역살이를 해봤지만 그분들 생활보다 차라리 징역살이가 낫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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