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산헌납」문제가 해결의 열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정당은 윤길중 민정당 대표위원의 4일 전격적인 연희동 방문을 계기로 민정당이 안고있는 가장 핵심적 환부인 전두환 전대통령 문제수습을 위한 정치적 노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윤대표는 전씨로부터 『국민에게 직접 해명·사과』한다는 답변을 들고 왔고 이것을 들고 야당 측과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변죽만 울리며 원격반응 타진으로만 일관돼온 문제가 민정당-연희동, 그리고 여야간 협의의 대상이 된 셈이고 그런 의미에서 윤대표의 연희동 방문은 그 동안의 우회적 접근을 넘어 전씨 문제에 「직격」했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전전대통령 처리를 놓고 민정당 뿐 아니라 여권 전체가 몸살을 앓아왔던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민정당을 창당했고 5공화국의 구석구석까지를 지배했던 그에게 인맥이 사실상 중첩된 정치판에서 누가 과연 현실을 적나라하게 전해 줄 것인가 고민을 해왔다.
과거의 측근이었던 김윤환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인사가 양쪽 의견을 간접적으로 타진하는 정도여서 국민적인 비난의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데도 누가 가서 감히 직언을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여건 때문에 민정당은 해결방법이 「사과와 해명」밖에는 없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공은 인정하고 과는 시정한다』는 공과 이원론을 내세우거나 『단절은 불가하나 잘못된 것은 시정한다』는 등 어정쩡한 소리로 변죽만 울러왔다.
이러한 신호를 받아 연희동 쪽에서 한때 어느 정도 선에서 사과와 해명을 할 뜻을 비췄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정감사에서 전씨의 친·인척 비리가 다시 드러나 사법처리가 논의되고 대학생의 움직임이 극렬해지는 등 여건이 바뀌고 이와 함께 민정당내에서도 전씨 친·인척의 사법처리 등 강경 대책이 강구되자 전씨 측의 태도도 다시 완강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마당에 가장 답답해진 것이 민정당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소수여당신세로 쪼그라들 대로 얼어 붙어버린 민정당이 5공 비리가 한 건씩 폭로될 때마다 겉은 비리 집단으로 매도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민정당은 전씨의 자발적인 해명과 사과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분위기가 여의치 않게 바뀌어 가는 것에 당황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윤대표의 연희동 방문은 당이나 여권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절박한 사태임을 알리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전씨의 해명·사과를 「강권」하는 의미를 가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노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하고 있는 동안 이 행사를 치름으로써 전씨와 노대통령의 사이로 보아 노대통령의 입장을 살리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윤대표와 전전대통령이 2시간이상 대면한 것으로 보거나 『해명과 사과할 것을 약속했다』는 확답을 받아 낸 것으로 보아 전씨의 문제는 이 차원에서 마무리지으려는 것이 여당의 의지인 것 같다.
윤대표는 기자회견 상에서 이미 야당총재들과 접촉하여 어느 정도의 약속을 받아냈고 이를 전씨에게 전한 것을 암시함으로써 야당도 사과·해명이란 민정당의 해결책에 어느 정도 호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 측은 전씨의 사과·해명 외에 재산헌납이라는 조건을 달고있어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전씨 문제의 뒤처리가 깨끗하게 될 수 있느냐의 관건이 달려있다.
전-윤의 연희동 회담에서 그런 깊숙한 조건까지도 얘기가 됐는지 알 수는 없으나 앞으로 전씨 문제 매듭의 구체적 방안이 나오면서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 문제 해결에는 야당 측도 정치적 명운이 걸려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 측은 여론동향이 전씨 문제에 대한 「해명·사과」이상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섣불리 여당과 전씨 문제해결에 보조를 같이 함으로써 함께 비난을 뒤집어 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때문에 야당 측은 전씨 문제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친·인척의 구속수사를 주장하면서 이와 동시에 노태우 대통령의 가시적인 5공 단절 노력을 조건으로 요구하고있어 전씨 문제해결을 현정부의 책임으로 떠넘길 생각이다.
야당 측이 민정당과 윤대표의 노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윤대표의 연희동 방문은 전씨 문제해결에 별반 보탬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씨 문제는 매듭지어진 것이 아니라 본격해결작업의 시작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