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LA 5시간 … 미·일, 초음속 여객기 6월 개발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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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200~300명의 승객을 태우고 음속의 두 배로 비행하는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를 공동 개발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이 비행기가 실용화되면 현재 보잉747 점보 여객기로 10시간쯤 걸리는 도쿄~로스앤젤레스 구간을 5시간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취항을 목표로 이뤄지는 이번 공동 개발사업에 일본에선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이시카와지마하리마(石川島播磨)중공업.가와사키(川崎)중공업이 참여하며, 미국에선 항공우주국(NASA).보잉사가 동참한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세부 계획을 협의한 뒤 올 여름 공동 연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일본 측은 주로 엔진 설계와 개발 기술을 담당하며, 미국 측은 기체 개발을 맡을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에는 수천억 엔의 연구비가 들어갈 전망이며 비용 부담 방식은 양국이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은 이미 엔진 개발 실험에 착수한 상태다. 신문은 "개발한 엔진을 탑재한 무인(無人)기를 2012년까지 만들어 시험비행을 반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초음속 여객기를 200~300인승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즉 속도는 기존 콩코드와 같은 마하 2를 실현하되 승객수를 2~3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점보기(약 400인승)보다 승객수는 적지만 속도가 빨라져 편수를 늘릴 수 있다.

그동안 초음속 여객기로는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개발한 100인승 규모의 '콩코드'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콩코드는 소음이 엄청나 일부 공항에서만 이착륙이 가능한 데다 연비가 낮고 탑승 가능 승객수가 적어 채산성이 떨어져 2003년 운항이 중지됐다. 이에 따라 현재 운항 중인 초음속 여객기는 없다.

미국과 일본은 획기적인 엔진 배치를 통해 속도는 마하 2(음속의 두 배)인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하면서도 소음은 '콩코드'의 100분의 1, 현행 점보 여객기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전 세계 주요 공항에 취항이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비도 크게 끌어올려 채산성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초음속 여객기를 둘러싸고 프랑스가 콩코드를 개량한 후계 기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잉사도 10인승 소형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문은 "일본 기업들은 항공기 부품을 폭넓게 제조하고 있지만 핵심이 되는 기체 전체의 설계 개발 능력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엔진 개발 등에선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걸음 앞서고 있는 측면이 고려돼 미국 측으로부터 초음속 여객기를 공동 개발하자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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