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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 폭행범 “죽을죄 지어” … 경찰이 2시간 만에 풀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달 31일 경북 구미 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술에 취한 20대가 전공의를 폭행한 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지난달 31일 경북 구미 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술에 취한 20대가 전공의를 폭행한 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경북 구미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때려 다치게 한 20대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2시간 만에 풀려났다. 경찰에 연행된 A씨(25)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하고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발뺌하다 CCTV 보고 폭행 인정

구미경찰서는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구속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A씨가 초범인 데다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서라고 설명했다. 구미서 관계자는 “구속영장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결과 A씨를 구속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4시쯤 구미시 구미 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지인과 술을 마시던 중 싸워 얼굴 등에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병원에 따르면 A씨는 의료진 폭행 전부터 응급실 바닥에 침을 뱉고 웃통을 벗어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A씨는 간호사 데스크에서 차트를 작성하고 있던 전공의 김모(32·인턴 1년차)씨를 철제 트레이로 가격했다. 정수리 부분을 맞은 전공의는 동맥이 파열돼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전공의는 심한 출혈과 뇌진탕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해 이 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했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폭행 뒤에도 병원 로비를 배회하면서 입원 환자를 공격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경찰도 A씨로부터 위협을 느껴 테이저건을 겨냥하면서 수갑을 채웠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의료인들을 폭행한 것은 다른 환자들에게까지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단순 폭행이 아니라 공무집행방해보다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며 “가해자 불구속 처리는 부적절한 대처”라고 말했다.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이 잇따르면서 국회도 관련 입법에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인숙·윤종필·이명수 의원 등이 의료법과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엔 의료기관 내 폭력 행위자를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에서도 의료기관 내 폭행의 문제점을 심각히 인식하고 관련법 개정안을 줄이어 발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정부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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