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과열, 근본대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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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입학의 정원조정 문제는 그것이 오늘의 입시과열 풍조와 그에 따른 입시위주 초·중·고 교육의 파행성, 재수생의 사회적 문제, 학력위주의 사회적 병폐 등과 연관되는 고리라는 점에서 신중해야만 했고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문교행정의 의지가 반영됐어야만 했다.
그러나 문교부가 뒤늦게 발표한 89년도 대입정원 조정내용은 지난해와 같은 대학진학률 26.9%에만 맞추는 산술적 계산으로 끝나고 있어 대학입시라는 중대한 사회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하고있음에 적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졸업정원제 실시 당시 진학률 평균 35%에서 폐지이후 26.9%선을 유지하겠다는 대입정원 동결 정책은 6공화국 문교정책의 지속적인 의지로 표명되고 있고 그것이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취업률의 적정선 유지를 위한다는 점에서 수긍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가속되는 고입·대입의 진학률을 정원동결로만 묶어놓는다고 해서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병폐가 해결될 수는 없다.
지난 10년 동안의 초·중·고 진학추세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학생 수는 78년 대비 1백만명이 감소된 4백86만명, 중학생수는 10년 전과 별차 없는 2백50만명인데 비해 고등학생 숫자는 2백30만명이란 급격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7만명씩 늘어난 증가추세다. 이중 특히 인문고는 78년 83만명에서 88년 1백45만명으로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 수치는 두 자녀갖기운동으로 초등교 취학 아동은 1백만명으로 격감했지만 소득의 향상과 그에 따른 진학 열로 인해 고입진학이 50만명이나 오히려 격증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따라서 대학의 입학정원 문제도 이와 같은 인구분포에 따른 18세 대입 청소년의 변화추세와 고학력 진학추세라는 두 변수에 맞춰 정원조정에 유연한 탄력성을 갖춰야하고 그 다음 입시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92년까지 아무런 대책 없이 무조건 대입정원 동결이라는 원칙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89년도 대입정원 확정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때, 수도권지역의 5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과 30만명에 달할 재수생문제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
늘어나는 대학교육욕구를 수용하면서 전문인력 수요를 확대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전문대학의 질적·양적 양성을 통해 충족시키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79년 신설된 전문대는 현재 1백10여개교로 학생 수는 20만명에 이른다. 지난 8년 동안의 입시지원자는 2배로 늘었고 취업률 또한 81년 27%에서 87년 74.7%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임으로써 전문대는 전문인력양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대학진학을 신분의 향상이나 결혼의 조건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을 깨뜨려 나가면서 대학교육을 전문인력의 양성소라는 제한적 의미로 하향조정하기 위한 방편으로서도 전문대의 양성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노출된 전문대학의 문제점은 2년제라는 점에서 수학연한이 짧고 4년제 출신 우대의 대기업 인사정책 때문에 전문대 경시 풍조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유수한 공전을 4년제 대학으로 흡수 병합하는 방안보다는 전문대학 자체를 4년제와 2년제로 나누어 병행 실시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과학·음악·미술·공예부문의 전문대학이 명문대학으로 꼽혀질 때 우리교육의 병폐도 자연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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