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 이젠 시원하게 달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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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고개 구간의 새 도로(왼쪽)와 기존 도로(오른쪽). 새도로에는 길이 970m의 교량이 설치되면서 경사가 6.5%에서 3% 로 완만해지고 S자형 굴곡도 없어졌다. 추풍령=최준호 기자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고개는 고속도로 전체 노선(서울~부산.총 길이 417㎞)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백두대간에 위치해 경치가 좋아 운전자나 여행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도로 사정이 나빠 운전자들에게 사고가 많은 '마(魔)의 고갯길'이라고 불려 왔다.

우선 경부고속도로 전체 구간 중 가장 높은 해발 221m의 산지에 있어 도로의 경사도가 최고 6.5%(100m 거리에 도로 표면 높이 차이가 6.5m)나 됐다. 또 처음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비용을 아끼려고 지형을 최대한 살리려다 보니 S자 모양 등 구불구불한 구간이 많아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이곳에서 모두 350건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 46명이 사망했다. 특히 2000년 7월 14일에는 부산 부일외고 수학여행단을 태운 버스 등 차량 11대가 연쇄 추돌, 18명 죽고 70여 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나기도 했다. 겨울철에 큰 눈이 내리거나 한파가 닥치면 도로가 얼어붙어 차량 소통이 마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차량이 이 구간을 지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한국도로공사가 2001년 말 시작한 영동~김천 구간(연장 34.3㎞) 개량공사가 올 연말 끝나기 때문이다.

공사 측은 이 구간을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히면서 추풍령 공구(5.3㎞)의 교통소통 여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추풍령 공구 전체 사업비(992억원)의 절반 가까운 480억원을 들여 고개 아래 계곡 부분에 970m 길이의 추풍령 대교를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도로 경사도는 모두 3% 이하로 완만해졌다. 구불구불한 구간을 펴는 선형 개량 사업으로 심한 S자 곡선도 사라졌다. 공사 측은 추풍령 대교를 포함, 추풍령휴게소에서 부산 방향 2.2㎞ 구간에 대해 왕복 6차로 가운데 4차로를 지난달 25일 우선 개통했다. 이 구간은 영동~김천의 나머지 구간과 함께 올 연말 완전 개통된다.

천일화물 소속 트레일러 운전사 임재규씨는 "기존 추풍령 고개는 경사가 급한 데다 급커브가 많아 화물차 운전자들은 내리막길에서 짐이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쾌적한 새 도로가 생기니 운전하기가 한결 편리하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영동-김천건설사업소 조명규 차장은 "겨울철 폭설이나 한파 때 운전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교통량이 많은 명절 연휴 때 교통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고개 구간에 미끄럼 방지 시설과 무인 속도측정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영동=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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