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도 얼어붙어 … 한은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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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반기 경기 전망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소비심리에 이어 기업 체감경기까지 얼어붙어서다. 지난달 소비심리가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데 이어 기업 체감경기 수준도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 5P 떨어져 17개월 만에 최저 #내수부진도 기업 심리 위축시켜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8년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 업황 BSI는 75로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2월(74)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하락 폭(-5포인트)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가 크게 위축됐던 2015년 6월(-9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두 달 연속 하락세다.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치(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3~20일 전국 36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제조업 업황 BSI(74)는 전달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74) 이후 가장 낮다. 하락 폭은 2015년 6월(-7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하며 주력 산업군에서 모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전자영상통신장비(-4포인트)와 화학제품(-11포인트), 자동차(-7포인트) 등의 업황 BSI가 모두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은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자동차 업종은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과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76)도 전달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0월(76) 이후 가장 낮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부문 투자 감소로 인해 전문과학기술업 BSI는 12포인트 하락했다.

경영 애로사항으로 제조업체의 20.9%와 비제조업체의 17.1%는 내수 부진을 꼽았다. 인력난·인건비 상승으로 힘들다는 응답은 제조업체의 14.2%, 비제조업체 14.4%였다. 한국은행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대체인력을 구하며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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