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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때?] 생긴 건 텀블러인데 폭염엔 에어컨, 한겨울엔 온풍기

중앙일보

입력

“에어컨을 발명한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 연일 지속되는 요즘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우스갯소리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더위로 인한 짜증과 분노를 다스려줘 세상의 ‘평화’를 지킨다는 말. 문제는 에어컨의 축복이 미치지 않는 밖으로 나갔을 때다. 휴대용 선풍기, 일명 ‘손풍기’를 틀어봐도 더운 바람만 나올 뿐 밀려오는 짜증과 더위를 막을 수는 없다. 이때마다 그리워지는 에어컨.
아예 에어컨을 들고 다닐 수는 없을까? 수많은 사람이 생각했을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휴대용 에어컨’이 등장했다. 심지어 온풍기로도 쓸 수 있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 올라온 휴대용 에어컨을 소개한다.

텀블러와 선풍기가 만나 에어컨이 되다, 에어월

언뜻 보면 텀블러와 다를바 없는 휴대용 에어컨 '에어월'.

언뜻 보면 텀블러와 다를바 없는 휴대용 에어컨 '에어월'.

에어월(Airwirl)은 언뜻 보면 평범한 텀블러 같다. 당장에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넣어 마셔야 할 것 같지만 용도가 좀 다르다. 텀블러 뚜껑에서 차가운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텀블러에 얼굴을 대고 있으면 에어컨을 바로 앞에서 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텀블러에 ‘선풍기’를 달아 가능한 일이다. 뚜껑에 달린 터빈 모터가 선풍기 역할을 해 텀블러 안쪽 공기를 바깥으로 전해준다. 대신 준비물이 있다. 텀블러에 얼음이나 아이스팩을 넣어둬야 한다. 덕분에 차가워진 내부 공기가 바람으로 전달되고 ‘손풍기’보다 훨씬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얼음을 넣어 작동할 때 나오는 바람의 온도는 섭씨 10도 정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송풍기 주변 바람의 온도는 섭씨 5~10도 정도다.

텀블러 뚜껑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텀블러 뚜껑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에어월의 내부 구조.뚜껑에 터빈 모터가 장착돼 있다.

에어월의 내부 구조.뚜껑에 터빈 모터가 장착돼 있다.

얼음을 넣고 사용하면 된다.

얼음을 넣고 사용하면 된다.

얼음을 넣어 작동할 때는 섭씨 10도 정도의 바람이 나온다.

얼음을 넣어 작동할 때는 섭씨 10도 정도의 바람이 나온다.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물이나 얼음을 넣어 사용하는 미니 에어컨과 같은 원리다. 다만 기존의 미니 에어컨들은 시원한 바람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휴대도 불편한 한계가 있었다. 에어월은 ‘텀블러’의 원리를 고스란히 가져와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했다. 우선 텀블러의 보온 원리를 이용해 내부의 차가운 온도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내장된 보온 스티로폼이 내부 공기가 새어나가거나 외부 열기가 텀블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뚜껑에 내장된 보온 스티로폼이 텀블러 내부의 온도를 유지시킨다.

뚜껑에 내장된 보온 스티로폼이 텀블러 내부의 온도를 유지시킨다.

손에 들고 다니기 쉬운 것도 장점이다. 당연히 거치도 가능하다. 함께 제공되는 에어 튜브를 연결하면 텀블러를 들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에어 튜브 길이는 최대 70cm다. 디자인에도 신경 썼다. 화이트·블루·핑크 등 총 6가지 색상을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손잡이가 있어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손잡이가 있어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에어튜브를 연결해 텀블러를 내려놓고 쓸 수도 있다.

에어튜브를 연결해 텀블러를 내려놓고 쓸 수도 있다.

6가지 색상을 출시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6가지 색상을 출시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에어컨 좀 끄면 안 될까요?”
이 말이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주변 눈치 때문에 카디건을 껴입는 사람에게도 에어월은 유용하다. 이 제품은 에어컨뿐만 아니라 온풍기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으로 쓸 때와 같은 원리로 텀블러에 핫팩을 넣으면 따뜻한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텀블러 주변의 온도만 낮추기 때문에 옆 사람 눈치 볼 일도 없다. 한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에는 온풍기로,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 된다.

얼음대신 핫팩을 넣으면 온풍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얼음대신 핫팩을 넣으면 온풍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얼음이나 핫팩을 넣었을 때 온도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충전식이 아닌 AA 배터리로 작동한다는 점도 아쉽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현재 책정된 가격은 129달러. 거기에 배송비 35달러를 포함해 총 164달러(18만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손풍기가 평균 1만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런데도 킥스타터에선 이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마감일이 10일여 남은 현재 목표액의 8배인 8만 달러(약 9000만원)를 모아 펀딩에 성공했다. 이 아이디어 상품이 실용화된다면, 내년쯤에는 우리도 손풍기 대신 휴대용 에어컨을 하나씩 들고 다닐지도 모르겠다.

글 전유민 인턴기자 jeun.youmin@joongang.co.kr 사진 킥스타터 에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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