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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아직 먼 '스쿨존' 안전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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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남 거제의 S초등학교 1학년인 김모(8.여)양은 3월 6일 일어난 충격적인 사고를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한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 언니(11)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던 김양은 학교 앞에서 후진하던 15t 덤프트럭의 뒷바퀴에 언니가 깔려 처참하게 세상을 뜨는 모습을 봤다.

학교 앞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다.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청장이 지정한다.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자동차가 주.정차해서는 안 된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은 시속 30㎞ 이하로 안전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법을 제대로 지키는 어른은 별로 없다. 이 같은 어른들의 불법과 안전불감증이 보석보다 소중한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그 동생은 한평생 정신적 충격에 시달려야 한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라고 정한 날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마비된 준법의식 때문에 어린이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2~2005년 스쿨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총 2050건이었다. 이로 인해 사망한 어린이만 54명이다. 다친 어린이도 2167명이나 됐다.

어른들을 더 창피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생활안전연합의 조사 결과다. 안전연합이 운전자 1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스쿨존에서의 운전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5%만이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를 준수한다고 답했다. 스쿨존 제도가 도입된 지 11년이 됐는데도 어른들의 안전의식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스쿨존의 관리와 단속을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마음가짐과 실천이다.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어른들의 마비된 양심 때문에 태어난 아이마저 잃게 된다면 이 나라에 희망은 없다.

스쿨버스가 서면 뒤따라오던 차는 물론 반대 차선의 차까지 멈추는 선진국의 운전문화를 우리가 못 따라갈 이유가 없다. 새싹보다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린이날을 맞아 다짐해 보자. '스쿨존에서 철저히 안전운전하겠다'고. 이것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김양과 충격에 빠져 있는 동생에게 용서를 비는 길이다.

김종윤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