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로 기소된 무사위에 종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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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11 테러와 관련해 미국에서 유일하게 기소된 모로코계 프랑스 국적자 자카리아스 무사위에게 3일 종신형 평결이 내려졌다.

미국 알렉산드리아 연방 배심은 이날 최종 평결에서 무사위를 사형에 처하라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종신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판사는 배심원단의 결정에 따라 4일 무사위에게 종신형을 선고하게 된다.

배심원단은 "3000명 가까운 9.11 테러 희생자들의 죽음이 무사위의 행동 때문에 초래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평결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무사위가 9.11 테러 계획에 대해 제한적인 정보밖에 없었으며 별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성 9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에 앞서 무사위에게 최고 사형까지 내릴 수 있다는 1차 평결을 한 뒤, 그를 실제로 사형에 처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놓고 2주 동안 심리를 벌여왔다.

무사위는 평결 결과를 듣고 법원을 떠나면서 "미국은 졌다. 내가 이겼다"고 외쳤으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재판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되겠지만 테러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대테러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랍권은 그에 대한 종신형 선고도 가혹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테러 당시 감옥에 있던 사람에게 음모 가담 혐의로만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테러 위협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워싱턴.카이로=강찬호.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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