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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주축 똘똘 뭉친 70만 권리당원 … 민주당 리더십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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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팬심에서 발화한 70만 권리당원, "과다 대표는 경계해야" 

짧은 통화 연결음 후 수화기에서 “여보세요”하는 여성 목소리가 들렸다. 취재를 위해 소개받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당비를 내는 당원)이 여성일 줄은 솔직히 예상못했다.
-죄송하지만 여성이라 조금 놀랐다. 적극적인 정당 활동은 주로 30~40대 남성들이 할 거란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활동할지는 몰랐다. 예전엔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별생각 없이 15년 넘게 1번(자유한국당 계열)만 찍었다.
회사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강모(47) 씨는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문재인 대통령을 알게 됐고 팬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2012년에 민주당에 입당했고 지금은 온·오프라인에서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그룹으로 활동중이다.
지금 민주당엔 강씨와 같은 권리당원이 70만여명이나 된다. 이들이 당 진로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할 만큼 역할이 크다. 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기본적으로 특정인을 향한 ‘팬심’이다.
지난 10년동안 민주당에 입당 바람이 분 건 크게 세 차례다. 그 첫 번째는 2012년 12월 대선때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직후다. 이때부터 산재해 있던 팬클럽 내부에서 “한계가 있다. 당원이 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때는 당원이 되려면 입당 신청서를 중앙당이나 지역당에 팩스로 보내야 했다. 이들을 일컫는 말이 ‘팩스 당원’이다. 이때만 해도 소수의 열성 팬 중심으로 권리당원이 됐다. 인터뷰에 응한 강씨도 ‘팩스 당원’이다.
그러다 2015년 두 번째 전기가 왔는데 정당법 개정으로 온라인으로 당원 가입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때마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당시 대표를 지내던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드는 이들이 많았다. 당 관계자는 “당시 당원이 된 이들을 대상으로 ‘왜 당원이 되느냐’고 물었는데, 응답자의 98%가 ‘문재인이 불쌍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돼 당내 경선과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권리당원의 다수가 친문인 건 맞다. 그렇다고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수도권 비문 중진 의원)는 말처럼, 이른바 ‘문파(文波)’가 아닌 이들도 많다. 대구의 권리당원인 임대윤(52)씨는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이 대구에 와서 고생하는 걸 보면서 안쓰러웠는데, 2014년 지방선거 때 다시 떨어지는 걸 보고 도와주자는 마음이 일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대구지역엔 산악회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이들이 1000여명은 된다고 한다.
권리당원이 급증한 마지막 계기는 지난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승리 후 올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100만 당원 운동’을 벌였다.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가 점쳐지던 상황에서 각 후보가 당내 경선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동원한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마치고 간략한 정보만 제공하면 쉽게 당원이 된다. 여기에 월 1000원 이상만 내면 당내 경선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당원이 된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선 이들을 ‘온라인 박스 떼기 당원’이라고 폄훼하는 경우가 있다.
70만 당원은 민주당의 자산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에만 역대 최다인 84억원의 당비를 거뒀다. 지난해 전체가 111억원이었다. 야당과 충돌 이슈가 생겼을 땐 당의 전사 노릇도 한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때도 이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문자폭탄이나 집단 항의전화를 주도하는 일부 극성 당원들은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골칫거리다. 익명을 원한 지도부의 한 의원은 “문자 폭탄을 보내는 이는 아무리 많아야 몇천 명 수준일 텐데, 이들의 목소리가 과대 포장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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