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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55% 무 27% 생수 8% 콜라 5% 인상 … 장바구니 보면 한숨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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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30대 주부 한모 씨는 "요즘 장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쓸 수 있는 돈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무게는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채소류는 더위 때문인가 싶지만 과자나 냉동식품 등 계절을 타지 않는 것들도 죄 가격이 올랐다”며 “몇 번 고민하고 싼 물건을 찾다 보니 물건을 덜 사도 시간은 더 든다”고 말했다.

농산물·가공식품 ‘생활물가’ 급등 #“소득만 마이너스, 저소득층 타격”

생활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이번 달까지 가공식품 가격은 한 달도 쉬지 않고 꼬박꼬박 올랐다. 생수나 즉석밥, 어묵, 냉동식품, 과자 등 거의 전 품목이 해당한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농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25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하나로마트 수원점에서 시민들이 채소류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5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하나로마트 수원점에서 시민들이 채소류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가공식품의 경우 생수와 콜라 가격이 먼저 움직였다. 농심이 지난 1월 백산수 출고가를 평균 7.8% 인상했고, 2월에는 코카콜라가 17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4.8% 올렸다. 봄부터는 식사용 제품 가격이 들썩였다. CJ제일제당이 3월 햇반과 스팸, 어묵 등 54개 제품 가격을 올렸다. 4,5월엔 롯데와 해태,크라운제과 등이 일부 제품값을 올리면서 과자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6월에는 오뚜기 순후추의 편의점 판매가격이 47% 오르는 등 16개 품목의 가격이 오른데 이어 7월엔 팔도의 비락식혜와 수정과 캔이 기존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 최근 원유 수매가격이 L당 4원 오르면서 8월에는 우윳값도 50원 이상 오를 전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폭염으로 발육에 문제가 생기면서 농산물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양배추 1포기 소매가는 27일 기준 4163원으로 평년보다 55% 올랐다. 배추와 무도 평년과 비교해 각각 36%, 27% 이상 상승했다. 폭염이 길어지면 사과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품목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 인상이 기존과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성장기 물가 인상과 달리 소득이 사실상 마이너스인데 생활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는 폭염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급 예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후 탓만 할 게 아니라 수급예측을 더욱 정교하고 적극적으로 해 가격 급등을 막아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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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의 경우 업체가 제시하는 인상 근거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공식품은 단가가 낮고 필수품인 경우가 많아 가격을 올려도 큰 이탈이 없다. 이런 이유로 기업이 인상 요인을 관행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가격 인상 요인과 수준이 타당한지 사후에라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일일이 간섭해선 안 되지만 담합 등 불공정거래 요소엔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나현·김민중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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