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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청바지 입은 손님에게 "넘어 졌어요?" 유머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효찬의 서빙신공(3)

사람들은 ‘서빙’을 가볍게 여긴다. 프랑스어 사전에는 서빙을 ‘남을 돕다’‘추진하다’‘봉사하다’와 같이 긍정적으로 정의하지만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서빙에 긍정적인 옷을 입히기 위해 ‘서빙신공’을 만들었다. 이 서빙신공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도 바뀌고 팁 문화도 생기길 바란다. 동료의 마음을 얻으면 진짜 파트너가 돼 주고, 손님의 마음을 얻으면 단골이 된다. 마음을 훔치는 진짜 서빙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서버는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편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사진 freepik]

서버는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편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사진 freepik]

서빙의 핵심 중 하나는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편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님들끼리 대화에 끼어들거나 말을 실수함으로써 불편하게 만들면 안된다. 또한 손님에게 상처를 입히면 서버 자신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혹 본의 아니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해도 손님 자리에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서버는 매일 다양한 종류의 손님을 상대한다. 따라서 우쓰는 단어가 어렵거나 전문적이라면 손님과 쉽게 소통하기 어려울 것 이다. 서버가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어 선택을 잘한다는 말이다.

쉽고 간단한 단어 선택해야 

단어는 쉽고 간단한 것이어야 한다. 세살짜리 아이나 여든의 어르신도 똑같이 메뉴설명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서버가 고기를 굽는 중에 손님들의 대화에 끼어들면 그 말이 아무리 듣기 좋더라도 손님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손님이 물어보지 않는한 손님들의 대화를 모른 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버가 한 테이블에만 머무른다면 다른 테이블의 손님이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테이블을 상대하면서 소통해야 하므로 한 테이블에서 오래 머무르면 곤란하다.

또 손님하고 농담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해심이 많은 손님도 농담이 웃기지 않거나 썰렁하거나 하면 기분을 잡칠 수 있다.

만약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온 손님에게 “넘어 지셨나 봐요” 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웃을 것이고 누군가는 기분 나빠 할 수 있다. 조폭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반찬을 줄 때 “깍두기 나왔습니다” 라고 한다면 기분 나빠 하거나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서버는 쉽고 간단한 단어를 구사해야 하며, 손님과 농담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 freepik]

서버는 쉽고 간단한 단어를 구사해야 하며, 손님과 농담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 freepik]

농담으로 그저 재밌고 웃기는 가게를 만들려고 하다가 불친절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상투적인 단어라 할지라도 그 단어안에 유쾌함이 살아 있으면 된다.

억양, 단어, 분위기 등에 따라 말의 전달력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서버의 말이 가게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지만 억지로 기교를 부릴 필요는 없다.

목소리 탁해도 감정 들어가면 OK  

흔히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목소리는 음계의 솔 톤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버의 가장 좋은 목소리는 ‘감정톤’이라 할 수 있다. 서버의 유쾌한 감정이 들어 있다면 목소리가 굵고 탁하다더라도 손님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된다.

114나 고객센터에서 솔톤으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 해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 할 것이다. 대화는 목소리만이 아니라 몸짓, 눈짓으로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서툴러도 진정성 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본인의 감정을 만든다면 말 하나, 행동 하나가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감정으로 쉽고 간단한 단어를 선택해 쓴다면 여러 테이블에 유쾌한 씨앗을 뿌리는 결과가 된다. 한마디로 서버는 단순하면서 유쾌하게 말해야 한다. 그 근간은 바로 서버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잊지말자.

스타서버 이효찬 starserving@eunha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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