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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선 계엄문건 진실게임, 송영무 거취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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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6일 오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측이 국회에서 계엄령 문건을 놓고 벌인 진실 공방이 결국 청와대의 개입을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관련, “송영무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는 논의를 집중해 기무사 개혁안을 서둘러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송 장관의 경질 가능성도 검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경질될지 군 개혁 주도할지 주목 #대통령 “기무사 개혁안 서둘러라” #한민구 전 국방 출국금지 조치

이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대통령 지시에 적극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방부 내 시선은 송 장관이 먼저 옷을 벗게 될지, 아니면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을 주도할 지에 쏠려있다. 양측 간 '죽음의 게임'이 시작됐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계엄령 문건 보고가 늦어진 과정 등에서의 송 장관의 잘잘못에 따라 사태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이번에 기무사의 공격을 받았던 만큼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이야말로 청와대가 주문한 기무사 개혁의 적임자라는 의미다. 송 장관은 국방부 간부들에게 “현역 시절 기무사의 폐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기무사가 허위의 사실로 나를 깎아내리는 보고서를 쓴 적도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 "국방개혁 2.0의 핵심 중 하나가 기무사 개혁"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평소 기무사 개혁을 벼르던 송 장관에게 계엄령 문건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송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한으로 안정될 때 이거(계엄 문건)를 기무사를 개혁할 때에 적시에 발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계엄령 문건을 기무사 개혁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송 장관은 계엄령 문건의 보고나 발표를 늦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만 정무적 판단에 따라 그 시기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기무사 개혁 TF는 기무사의 인원과 권한을 줄이고, 명칭을 바꾸는 방안에서 더 나아가 기무사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보기관의 재창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TF 위원장인 장영달 전 의원은 기무사가 “개혁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해체를 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느냐 하는 심각한 상태까지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기무사의 반격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무사 측은 송 장관과의 국회 충돌을 하극상이 아니라 진실을 얘기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이 25일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 보면 ‘(송 장관은) 기무부대 요원들이 BH(청와대)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은데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돼 있다”면서 “기무사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무사의 힘을 빼놓으면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해도 밝혀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전직 장성은 “기무사 안에선 스스로를 국방부 장관의 직속 부대라기보다 군 통수권자를 위한 조직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이번 사태는 기무사가 장관의 통제 밖에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후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의 책임자인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소 참모장의 혐의는 직권남용ㆍ권리행사방해다. 기무사가 권한이 없는데도 계엄령 문건을 만드는 데 책임자로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단은 또 이날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 기무사와 그 예하 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군과 검찰이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에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합동수사단’을 발족했다. 군과 검찰 30여 명이 수사에 투입된다. 합동수사단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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