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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만 ISD 4건, 배상요구 금액 모두 합하면 1조원 '훌쩍'

중앙일보

입력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억7000만 달러(약 86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한 가운데,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AG) 역시 약 3000억원 규모의 ISD를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 쉰들러 중재의향서 공개 #정부에 3000억원 손해배상 요구 #"현정은 회장 부당하게 도왔다" #엘리엇 ISD는 정식 중재절차 돌입

알프레드 쉰들러 쉰들러홀딩스 회장은 5년 전인 2013년 중앙일보와 인터뷰한바 있다. [중앙포토]

알프레드 쉰들러 쉰들러홀딩스 회장은 5년 전인 2013년 중앙일보와 인터뷰한바 있다. [중앙포토]

26일 법무부는 지난 11일 쉰들러가 한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제출한 ISD 중재의향서를 공개했다. 중재의향서는 본격적인 국제중재 절차에 돌입하기 전 사전 교섭을 진행하자는 뜻을 담은 문서다. 쉰들러는 ISD 중재의향서를 통해 “현대상선 등 계열사에 대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지배권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정부(금융위원회)가 내국인 동일대우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2013년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시도했던 쉰들러는 한때 지분율을 34%까지 끌어올렸지만 현 회장 측이 96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지분율이 크게 떨어졌다.

한ㆍEFTA에서 정한 ISD 중재 기간(60일) 이후에는 쉰들러가 언제든지 정부를 상대로 ISD를 공식 개시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엘리엇과 재미교포 서모씨가 접수한 ISD 중재신청서 원문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한ㆍ미 FTA에 명시된 ‘정보공개 투명성 조항’에 따른 조치다. 서씨는 “한국 정부가 토지 등 부동산을 위법한 방법으로 수용했다”며 300만 달러(약 35억원)의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엘리엇과 같은 미국 펀드 메이슨캐피탈은 최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1억7500만달러(약 2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 4명이 정부에 요구하는 손해배상 금액을 모두 합할 경우 1조3600억원가량이 된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이란 다야니 가문과 730억원 규모의 ISD에서 패소했다. 국제분쟁 업계에서 십수년째 일하는 한 변호사는 “각종 법률비용까지 모두 더하면 ISD로 엄청난 국세가 빠져나갈 수 있다”며 “ISD는 최소 3년 이상일 정도로 지난한 절차인 만큼 냉철하게 국익을 최우선가치로 놓고 대응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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