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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보수 바로세우기 … 국가주의·패권주의·포퓰리즘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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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가 25일 공식 출범했다. 6ㆍ13 선거 참패 뒤 42일 만이다.

가치전쟁의 판 흔들겠다는 전략 #안보 프레임으론 보수 재건 한계 #친박 소멸, 친문만 남은 상황도 고려 #“당내 반발 재우려 전쟁 자처” 시각도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한 후 이동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한 후 이동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김병준 위원장은 비대위원 8명과 함께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방명록에는 ‘모두,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적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모두 다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방명록에 작성했다. [뉴스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모두 다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방명록에 작성했다. [뉴스1]

이어 국회로 이동해 비대위 첫 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보통 때보다 어려운 상황인 만큼 더 각별히 신경 쓰고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병준 비대위가 닻을 올리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진영과의 ‘이념 투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김 위원장은 17일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국가주의’라고 규정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시장이 스스로 규율하면서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며 이른바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 논쟁을 일으켰다.

이에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국가주의적이라고 표현하는 건 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맞섰다. 민주당에서도 “(국가주의 운운은) 억지스러운 주장이자 특정한 프레임에 가두려는 구태”(김태년 정책위의장)라는 반박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에서 비상대책위원을 발표한 뒤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석 의원,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김성태 원내대표, 안상수 의원,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정현호 한국청년정책학회 이사장, 함진규 정책위의장, 박덕흠 의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에서 비상대책위원을 발표한 뒤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석 의원,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김성태 원내대표, 안상수 의원,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정현호 한국청년정책학회 이사장, 함진규 정책위의장, 박덕흠 의원. [연합뉴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진보진영을 겨냥한 2차 공세에 나섰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 위원장은 “노회찬 의원 상가를 다녀오면서 왜 우리 정치엔 이런 비극적 일이 일어날까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엔 세 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는 국가권력으로 아무 데나 개입하는 것이며, 둘째는 권력을 잡으면 굉장히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패권주의 문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하나는 정치집단이 늘 여론을 좇아가기 바쁜 대중영합주의”라며 “이같은 모순이 결국 (노회찬 의원 사망과 같은) 비극적 일도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국가주의에 이어 김 위원장이 패권주의ㆍ포퓰리즘까지 꺼내자 “가치전쟁의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누차 “진보집단은 인권ㆍ복지ㆍ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선점해왔는데, 보수진영은 여전히 안보 제일주의 등 과거에 얽매여 있다”고 언급해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성장 대 복지’ ‘안보 대 평화’와 같은 기존 프레임으론 현재의 기울어진 이념지형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특히 ‘친박’이 소멸하면서 이제 유일한 패권주의 세력은 ‘친문’만 남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의장실을 예방한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의장실을 예방한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 위원장의 이념투쟁이 역으로 한국당 내부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20일“(김 위원장이) 노무현 찬송가만 부르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런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김 위원장이 진보와의 전쟁을 자처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 도저히 그 가치에 몸담을 수 없다는 분들은 스스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ㆍ김준영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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