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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官합심 제방 두곳 범람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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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주민과 경찰.공무원이 힘을 모아 범람 위기에 놓인 제방을 더 높이 쌓아 막대한 침수 피해를 막은 것으로 밝혀졌다.

◇ 대암둑=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다음 날인 13일 오전 6시 30분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대암1리 대암제방은 낙동강 물의 위세에 곧 무너질듯 위태로웠다.

수위가 12m까지 차오르면서 곳곳에서 물이 새는 등 높이 13m의 대암둑을 위협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구지파출소 곽영하(40)경사와 이상무(34)경장은 이를 구지면사무소에 통보했다. 곧 동원령이 내려졌고 1시간 뒤 달성군청.구지면사무소 공무원 1백여명과 경찰.의경 10여명, 대암리 주민 2백여명 등 3백여명이 둑 높이기에 나섰다.

차량을 통제하고 일렬로 서서 야산 흙을 퍼 마대에 담아 새거나 낮은 곳에 보조둑을 쌓기 시작한 것.

추석연휴 탓에 중장비는 오전 9시쯤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포크레인 3대, 덤프트럭 4대가 가세하면서 작업 속도는 빨라졌다.

오전 10시쯤 낙동강 수위가 13.07m(위험수위 13m)를 기록하며 제방 높이까지 차올랐다. 이때는 둑을 20~30㎝가량 쌓은 뒤였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범람할 위험한 순간이었다.대암둑이 무너지거나 범람하면 대암1.2리, 목단1.2리 등 6개리 1백70세대 주택과 농경지 70㏊가 침수된다.

또 1만여대의 차가 보관돼 있던 현대자동차 달성출고센터와 경남 창녕군 대합.이방면 일대가 침수될 상황이었다.

마대 1천여장과 흙을 쌓는 방법으로 오후 2시쯤 작업을 끝냈을 때 보조둑은 길이 3백50m에 너비 3m, 높이 1.5m로 높아졌다. 낙동강 수위는 오후 2시 13.58m로 원래 제방을 넘었고 오후 7시 최고 13.75m를 기록, 보조둑까지 위협한 뒤 낮아졌다.

현장을 지휘한 김무연(48)구지면장은 "물이 급격히 차올라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민.관이 단결해 침수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 천내천 제방=지난 13일 오후 1시쯤 달성군 화원읍 성산1리 천내천 제방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화남.화원파출소 경찰 27명, 군청.읍사무소 공무원 1백명, 성산리 주민 1백명이 덤프트럭.포크레인 등으로 범람 직전의 천내천 제방에 모래가마니 5천여개로 길이 20m, 높이 1~2m의 보조둑을 쌓은 것이다.

이 보조둑 때문에 성산1리 주택(1백52세대)과 성산6리 삼주아파트(435세대), 중소공장 50개소, 농경지 23만평의 침수를 막을 수 있었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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