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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공무원에서 산불 전문강사로 "업무경험 나눕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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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환승샷(26) 공무원에서 산불전문 강사로, 박재우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산불진화에 따른 물을 살포하는 진화훈련 실습교육 현장이다. [사진 박재우]

산불진화에 따른 물을 살포하는 진화훈련 실습교육 현장이다. [사진 박재우]

저는 오늘도 책 한권을 열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공무원이란 기차에서 내려 산불전문 강사라는 이름표를 단 새로운 제2 인생 열차에 탑승해 지난 1년을 달려왔습니다.

저는 1957년생으로 올해 61세입니다. 이곳 청주에서 학교에 다니고, 홀어머니 밑에서 운 좋게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3년여 동안 방황 속에서 여러 종류의 직업을 접하다가 지방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1983년 합격했습니다.

그해 면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지만 유난히 가뭄이 심해 말이 공무원이지 매일 양수기로 말라가는 담당 부락의 전답에 물을 공급하는 게 첫 업무였습니다. 그래도 지금 뒤돌아보면 그때가 정감 있고 업무 추진에도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얼마 후 군 산림과로 발령받고 산불예방과 진화 등 산림 보호 업무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인사이동에 따라 도 산림부서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7년 6월 말 도 산림 보호 팀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했습니다. 공직자로 34년 1개월 동안의 긴 인생 여정을 명예롭게 마무리한 것입니다.

2014년 충북도청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산림환경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진이다. [사진 박재우]

2014년 충북도청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산림환경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진이다. [사진 박재우]

제가 택한 제2의 인생 열차는 산불전문 강사라는 이름의 환승 열차입니다. 퇴직을 앞두고 3년 전부터 준비한 제2의 인생 열차지요. 산불과 관련한 지식은 업무 경험에서 터득했고, 강사가 지녀야 할 자세와 기법 등은 책에서 배웠습니다.

또한 유튜브 등에서 유명 강사의 강의를 보고 내 강의는 핸드폰에 저장해 반복해 들으며 비교하고 연습했습니다. 산불전문 강사에 필요한 소정에 교육을 이수하고,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에서 시행하는 강사평가를 통과한 후 강사로 위촉받고 산불전문 강사로 제2의 인생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한국은 전 국토 중 약 63%가 산림입니다. 이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공익적 가치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발표를 보면 2016년 기준 126조원 정도로 국민 1인당 약 249만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산림에 올해 봄에도 전국에서 377건이나 산불이 발생해 581ha에 산림 피해가 있었지요. 그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수많은 예산과 여러 사람의 땀이 있었습니다.

산불신고 GPS 단말기와 무전기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사진 박재우]

산불신고 GPS 단말기와 무전기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사진 박재우]

더욱 안타까운 건 무엇보다 그 산림이 회복되는 데는 최소 3~4년에서 최대 10년 이상의 긴 시간과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시작한 제2의 인생 여행으로 택한 산불전문 강사가 우리의 소중한 산림이 산불로부터 피해를 막는 일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이보다 더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산불전문 강사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산불전문진화대 및 산불 감시원, 공무원, 지역주민, 학생, 군인을 대상으로 산불예방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산림을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산림이 우리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도록 산불에 관련된 강의를 하는 것입니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입니다. 전 오늘도 산불예방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과 사명감을 갖고 강의를 준비합니다.

우리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합니다. 좋은 씨앗을 뿌리지도 않고 좋은 열매만 바란다면 그것은 인생의 진리에 어긋나지 않을까요? 이제 중년 이후의 인생 여행은 과거의 권위나 명예는 모두 버리고 낮은 물길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겸손함과 여유로움을 영유하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좋은 씨앗을 넉넉히 뿌려서 먼 훗날 행복한 노년이란 열매를 꿈꾸며 책상 앞에 앉습니다.

[더,오래] 인생환승역 개통 이벤트

인생 환승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더,오래]가 새 홈페이지 오픈 기념으로 독자 여러분의 인생 환승 사연을 공모합니다.

인생 환승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엇이 힘들었고 어디서 보람을 찾았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눠주세요.
인생 환승에 도전한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지인도 응모할 수 있습니다. 한달 동안 공모한 사연 가운데 4분을 뽑아 가족 여행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내용: 과거와 현재 달라진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상세한 사진 설명 포함)과 1000~1500자 분량의 사연 글
▶보내실 곳: 중앙일보 시민마이크 인생환승샷 이벤트 페이지(http://peoplemic.joins.com)
▶응모 기간: 6월 30일(토)~7월 31일(화)
▶시상:
1등 여행 상품권(1명, 300만원)
2등 여행 상품권(1명, 100만원)
3등 여행 상품권(2명,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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