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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가 내 인생 전환점, 또다른 행복을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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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환승샷(27) 사업 실패 후 만난 가족이라는 행복, 김영진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영남알프스 간월산 간월재에서. 산행에 재미가 붙으면서 백패킹도 하게 되었다. 저때는 간월산에서 백패킹이 허용될 때인데 배내고개에서 3시간 걸으면 간월산을 지나 간월재에 도착한다. 간월재는 억새가 멋진 곳인데 은빛 억새가 좋은 10월 하순에 간월산 데크에서 하룻밤 지내고 아침에 기념한 사진이다. 큰 배낭에는 텐트, 침낭, 렌턴 등을 한 살림 넣어 다닌다. [사진 김영진]

영남알프스 간월산 간월재에서. 산행에 재미가 붙으면서 백패킹도 하게 되었다. 저때는 간월산에서 백패킹이 허용될 때인데 배내고개에서 3시간 걸으면 간월산을 지나 간월재에 도착한다. 간월재는 억새가 멋진 곳인데 은빛 억새가 좋은 10월 하순에 간월산 데크에서 하룻밤 지내고 아침에 기념한 사진이다. 큰 배낭에는 텐트, 침낭, 렌턴 등을 한 살림 넣어 다닌다. [사진 김영진]

수술실에서 병실로 올라온 아내가 파르르 떨며 잠이 들었다. 아내 가슴에 종양을 내가 만들어 준 것 같아 서러웠다. 결혼한 후 아내 가슴에 박은 못이 한두 개였는가.

우리 부부는 함께 일한다. 그렇게 23년을 살았다. 열심히 일해 사업은 점점 커졌고, 남들에게 부러움도 받았다. 두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났다. 그러다 어려움을 만났다. 일자리 없이 석 달을 지냈다. 차곡차곡 쌓았던 통장잔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승승장구하던 우리의 명랑한 날들이 끝난 것만 같았다. 다들 아무 일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우리만 불행한 것 같고, 경쟁자들은 속도를 내어 추월해 멀어져 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인지, 뭐가 잘못된 것인지 묻고 또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인생을 다 아는 것처럼 자신만만해 했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천하에 바보가 되어 버렸다. 우울했다. 일없이 쉬고 있는데 피곤하기만 했다. 몸도 마음도 병들어 가는 것 같았다. 이런 생활이 좀 더 이어지면 위험할 것 같았다.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된 2005년경 이사하기 전 아이들과 나들이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저때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이었는데 지금은 대학교 2학년 4학년이 되었다. [사진 김영진]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된 2005년경 이사하기 전 아이들과 나들이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저때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이었는데 지금은 대학교 2학년 4학년이 되었다. [사진 김영진]

다시 일을 시작하고 우리 부부는 달라졌다. 일주일에 하루는 산에 올랐다. 좋은 산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노루귀, 제비꽃, 앵초, 물매화, 원추리, 구절초 들꽃들에 반했다. 생강나무, 노각나무, 층층나무, 쥐똥나무, 산에는 신기한 것으로 충만했다. 때로는 큰 산에 올라 은하수 아래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해가 뜨기 전 동쪽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변해가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이다. 산을 모르고 살았던 날들이 억울하다고, 갑자기 만난 어려움이 축복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나누었다.

생활방식이 바뀌니까 통장잔고가 든든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공부를 뒷받침 못 할까 봐 걱정되었고, 용돈이 적은 아이들이 시무룩하면 심장이 콩콩 뛰었다.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는 아내는 학원에 찾아가 사정을 했다. 대한민국엔 좋은 사람들만 학원을 하는 것인지, 기꺼이 배려해 줬다.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 서울’해서 나라가 좁다고 난리다.

갑자기 만난 어려움, 그래서 고칠 수밖에 없었던 생활방식, 돈과 성공은 멀어졌지만 ‘행복’을 얻었다. 어려우니까 서로가 소중하다. 고생하니까 서로가 애틋하다. 서로 응원해주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눈물겹게 고맙다.

영남알프스 신불산 파래소폭포에서. 바쁘게 살 때는 지방간 수치도 높고 체중이 자꾸 늘었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 산행을 시작했는데 2시간 산행도 힘들었다. 그래도 1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가기로 하고 열심히 다녔는데 이제 8시간 산행도 거뜬하게 해낼 수 있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사진 김영진]

영남알프스 신불산 파래소폭포에서. 바쁘게 살 때는 지방간 수치도 높고 체중이 자꾸 늘었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 산행을 시작했는데 2시간 산행도 힘들었다. 그래도 1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가기로 하고 열심히 다녔는데 이제 8시간 산행도 거뜬하게 해낼 수 있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사진 김영진]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면 저절로 행복해질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돈의 위력이 대단하지만, 돈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살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돈 벌고 성공하는 것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가는 후회만 늘어갈 것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될지는 모른다. 그때마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좋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내 옆에는 당신이 있고, 당신 옆에는 내가 있을 것이다. 아 참! 나라가 비좁은 우리 아이들도 있지. 우리는 그저 온 마음으로 사랑하자.

사랑하면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일부러 어려움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려움을 만날 때 ‘그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어려움이 반갑지는 않지만, 그 어려움을 통해 얻은 유익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누가 나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묻는다면 서툴렀던 것이 많아서, 부족한 것이 많아서 “내 남은 날들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온전해지고 성숙해지고 싶다”고 대답하겠다. 다 쓰지도 못하고 죽을 것이 분명한데, 그것을 위해 사랑해야 할 사람들 가슴에 못 박는 짓만 하다가 그날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더,오래] 인생환승역 개통 이벤트

인생 환승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더,오래]가 새 홈페이지 오픈 기념으로 독자 여러분의 인생 환승 사연을 공모합니다.

인생 환승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엇이 힘들었고 어디서 보람을 찾았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눠주세요.
인생 환승에 도전한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지인도 응모할 수 있습니다. 한달 동안 공모한 사연 가운데 4분을 뽑아 가족 여행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내용: 과거와 현재 달라진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상세한 사진 설명 포함)과 1000~1500자 분량의 사연 글
▶보내실 곳: 중앙일보 시민마이크 인생환승샷 이벤트 페이지(http://peoplemic.joins.com)
▶응모 기간: 6월 30일(토)~7월 31일(화)
▶시상:
1등 여행 상품권(1명, 300만원)
2등 여행 상품권(1명, 100만원)
3등 여행 상품권(2명,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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