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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 불만 폭발…파리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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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홍성호 특파원】프랑스 전역에 공무원들의 파업으로 마비증상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의 각 직종 공무원들은 지난달에 시작된 간호원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공산당 계열의 노조단체가 주도한 이번 총파업에는 7개 노조산하 공무원들이 가담, 간호원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 교원, 체신 종사원 ,철도원, 공영버스운전사, 교도관, 전기·가스분야 국영회사 종사원 등 이른바 「저임직종」공무원들이 망라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철도·버스 등이 절반 가까이 운행이 중단되고 각급 학교가 문을 닫고 체신업무도 궤멸상태에 빠졌다.
이 밖에도 국영항공 에어 프랑스도 근거리 운항을 결항했으며 전기·가스업, 시민서비스 부문, 사회 보장업무 등도 가세하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파리 같은 대도시는 대중교통수단이 마비됨에 따라 차량홍수로 삽시간에 교통지옥으로 바뀌었고 학생들은 교사가 없는 학교에 나가거나 아예 등교를 포기하였고 우편물 배달도, 가스공급도 안 되는 상황에서 도시 전체가 기능을 잃고있다.
근로자들의 주장은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이번 총파업의 기폭제가 됐던 간호원들의 경우는 정부가 14억 프랑을 추가 배정, 월급을 평균 6백 프랑(약 6만6천원)씩 올려 주기로 했으나 현재 6∼7천 프랑 수준인 월급을 2천 프랑씩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자신의 통계로도 현재 공무원들이 받는 봉급의 구매력은 72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년의 임금인상도 2%에 그쳐 인플레 예상률 2.8%를 밑돈다. 그러나 정부입장에서는 취약한 재정구조 때문에 근로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공무원노조원들은 사회당 정부의 모순된 정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어왔으며 봉급 구매력이 해마다 떨어져 생활이 곤란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7년간의 사회당 집권동안 잠잠했던 파업사태가 2년 남짓의 우파정부 하에서 되살아나 「미테랑」-「로카르」의 순수 사회당체제에서도 새삼스러운 사회문제로 대두된 배경에는 사회당과 결별한 공산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큰 원인은 공직근로자들이 절대적 저임금과 함께 상대적 빈곤감을 강하게 느끼는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 서울올림픽대회기간 중계권을 확보했던 국영TV들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 방송을 전면 중단했던 사태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요 뉴스시간의 여자사회자가 월 10만 프랑 이상의 고 임금을 받는데 비해 절대다수인 제작진·엔지니어·기자 등은 그 10분의 1밖에 받지 못해 차별대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86년 「시락」수상 집권당시 총파업에 이어 2년만에 재개된 이번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은 집권 2기의 「미테랑」대통령이나 취임 5개월을 맞은 「로카르」수상에게나 한결같이 큰 위기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면서 노조단체와 적극 교섭에 나서는 한편 잦은 파업으로 가뜩이나 흔들리는 경제에 타격을 줌으로써 사태는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는 여론을 은근히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이 파업하듯 일을 부지런히 하고 일하듯이 파업을 게을리 한다면 훨씬 더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스스로의 비판처럼 이 나라에는 파업이 끊일 사이가 없는 것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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