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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마피아라니…나도 묻고싶다(전기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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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포항제철>
19일 국회 상공위의 포철에 대한감사는 포철 자체에 대한 감사보다는 증언대에선 전두환 전대통령의 처남이자 이순자씨의 막내동생인 전 (주)동일의 사장 이창석씨에게 초점이 모아졌다.
이씨가 어떤 이유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조카인 박재홍씨가 경영하는 동양철관 부사장에까지 오를 수 있었고, 어떤 경위로 광양제철소 철관을 독점 납품하는 동일이란 회사를 만들었고, 어떤 근거로 자신의 동일주식 51%를 액면가격의 4배 가까운 값을 받고 팔 수 있었던가가 이날 감사의 쟁점이었다.
이씨는 증인신문에서 자신의 벼락출세 이유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철관분야에 관한 한 권위자이기 때문이었다』고 끝까지 고집했으나 광양제철소에 납품한 철관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이날 질의·응답 요지. ▲김봉욱 의원(평민)=24세의 나이로 지난 75년 동양철관에 입사할 당시 재산은.
▲이창석=기억이 나지 않으나 몇천만원은 있었다.
▲김의원=이씨가 85년 동일사장으로 있으면서 동양철관 보유주식을 사들인 4억4천만원은 어디서 났나.
▲이창석=84년 말까지 근로소득 약 1억5천만원이 있었고 농장에서 일할 때 벌어놓은 돈 몇천만원, 그리고 배당 및 기타소득 2억원을 합쳐 4억원이 됐고 나머지 부족 분은 아버님께 빌었다.
▲박찬종 의원(무소속)=동양철관과 포철이 동일을 설립하면서 이창석씨를 대표이사로 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는가.
▲이창석=그렇다. 동양철관과 포철이 같은 비율로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했고 동양의 부사장인 본인은 회사의 명령으로 동일 사장에 취임했다.
▲박의원=동일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제3자들은 증인을 대통령의 처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이창석=그래서 처신에 주의했다.
▲박의원=동일을 만드는 과정이 남달리 간단했다는 것을 인정하나.
▲이창석=알아서 도와준 것은 있다고 본다.
▲박의원=동일설립이나 독점납품권 계약을 전후해 자형(전 전대통령)과 상의한 적이 있는가.
▲이창석=회사문제로 상의한 적은 없다.
▲박의원=동일의 대표이사가 됐다고 누나한테 얘기한 적이 없나.
▲이창석=식사 때 그저 합작회사의 사장으로 나가게 됐다고 한 적은 있다.
▲박의원=포철의 독점납품권을 따면서 이를 부담스러워한 박태준 회장이 결재를 미루니까 이순자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결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창석=그렇지 않을 것이다.
▲박의원=증인이 대통령의 처남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창석=동양에서는 평사원부터 부사장까지 다 거쳤고 국내최고기술자라 자부하고있다.
▲이상구 의원(민주)=항간의 소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이창석=해명할 가치도 느끼지 않으며 지금까지 이권개입이나 청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이협 의원(평민)=동양철관에서의 승진과정은.
▲이창석=부장이 될 때까지는 박재홍 회장이 남보다 늦게 가는 게 좋다고 했으나 본인은 이에 승복할 수가 없어 78년에 독자사업을 할 생각까지 했다.
▲이의원=80년 이후 비약적으로 승진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는가.
▲이창석=경영수업덕분에 빨리 승진했다.
▲이의원=(박태준 회장에게) 포철이 동일의 45% 지분을 갖고도 이창석씨를 사장으로 결정했나.
▲박태준 회장=동양철관 사장의 요청에 따라 동양철관 부사장으로서의 경영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동의했다.
▲이의원=이창석씨가 자질이 있다고 판단했나.
▲박회장=기득권을 동양철관이 갖고있었기에 동양철관이 동일의 경영권을 갖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의원=박회장이 사업을 하면서 한사람은 박정희씨의 조카인 박재홍씨와 또 한사람은 전두환씨의 처남인 이창석씨와 인연을 맺은 것을 독특하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박회장=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박재홍씨가 손댄 사업은 당시 아무도 안 하는 분야였다. <포항=이연홍 기자>

<내무부>
19일의 내무부감사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맏형으로 속칭 용산 마피아의 대부로 지목돼온 전씨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나 경찰비리문제에 대해 증언했다.
증언에 나선 전씨는 1시간30분간에 걸친 의원들의 추궁에도 불구, 「용산 마피아」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용산 마피아가 무엇인지 도리어 묻고 싶다. 7년 후를 내다보면서 소시민으로 항상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해 왔다』고 항변했고 『용산 경찰서 재직당시의 동료·상관들이 한결같이 경찰요직에 승진한 것은 전씨의 개입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는 『본인들이 성실히 근무해 승진한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전기환씨 증언·신문요지
-용산 마피아를 들어본 적 있나.
『들었다.』
-어디서인가.
『신문지상을 통해서다.』
-어떻게 그 말이 나왔다고 생각하나.
『나도 신문에 쓴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다.』
-경찰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없나.
『한번도 없다.』
-귀하가 용산 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의 동료·상관들이 특혜승진한데 의문을 갖고 용산 마피아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닌가.
『그들이 각자 성실히 근무해서 승진했을지 모르나 인사에 관여한 적은 한번도 없다.』
-경찰간부들을 초청해 사기진작을 위해 격려금을 준 적이 있나.
『백만원까지는 아니고 20, 30만원씩 준 적이 있다.』
-격려금은 왜 주었나.
『수고하니까 간부들과 저녁이나 먹으라고 주었다.』
-그 돈은 어디서 났나. 사업을 해서인가.
『땅을 판돈을 예금해뒀다가 섰다.』(나중에 봉급으로 준 것이라고 정정했고 야당의원의 추궁에 거래은행은 한일은행 M지점이라고 대답)
전씨는 이어 세림개발 등에 대해서도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전직 치안본부장의 친목단체인 쌍죽회에 한번 초청 받아 저녁을 먹은 후 답례를 낸적있고 이후 4, 5차례에 걸쳐 만났다』고 답변했다.
-만나서 주로 뭘 했나.
『친구의 안부라든가 그런 것들이었다.』
-대통령 친형으로 경찰간부를 만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나.
『동생이 대통령취임 후 단임 의지를 굳힌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7년 이후까지를 생각하며 나도 한 명의 소시민으로 겸손하게 행동하려 노력해왔다. 7년 동안 인터뷰나 공식행사에 참석치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지방에 갈 때도 사전 연락해 누가 마중 나오거나 하지 않도록 살짝 갔다 살짝 왔을 뿐이다.』
-74년 경찰을 그만둘 당시의 재산은.
『7, 8천만원 가량이었다.』
-지금의 재산상황은.
『한 1억6, 7천만원 가량이다.』
-현재의 주택 시가는.
『1억원에 전세 들어 살고 있다.』
전씨는 『어쨌든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전임 대통령의 형으로서 미안하고 국민과 의원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심정을 토로하고 증인출석통지를 받은 후 지난 금요일(14일) 연희동에 갔을 때 전전대통령은 『갔다오시라』고만 했다고 말하고『다른 말씀이 없었느냐』는 질의에 『없었다』고 짤막하게 대답.

<서울시교위>
19일의 행정위 감사에서 시교위 측은 새세대육영회에 대한 감독 소홀히 이순자 회장 때문이었음을 시인했다.
먼저 답변에 나선 진용철 부교육감은 『육영회는 공익법인이므로 사업을 장려 지원하는 쪽으로 지도해 왔으며 앞으로 합리적 운영을 할 수 있게끔 지도하겠다』고 두리 뭉실 넘어가려 하자 김종완(평민)·김우석(민주) 의원 등은 『제대로 감사를 못한 게 이순자씨가 회장으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하라』고 공박.
진부교육감은 『시교위산하 3백51개 법인을 모두 감사하는 게 아니다』는 식으로 버텼으나 야당의원들은 『이씨 때문에 감사 안 했다고 하면 이해가 되나 그런 식의 답변은 허위 증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계속 공세.
이에 김상준 교육감이 나서『솔직히 말씀드려 그 같은 상황에서 감사를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이순자 회장의 새세대육영회가 감사권에 벗어나 있음을 시인.
이날 삼청교육대에 고교생 포함문제를 추궁한데 대해 김교육감은 『기록된 명단이 없다』고 대답하자 의원들은 『인간이하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명단조차 파악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고 김교육감은 『당시 관계서류는 실무자가 상부기관에 제출하고 남겨두지 않았으나 실무자 기억으로 고교생도 20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어렵게 답변.
이날 감사의 초점이 된 「고교 교육현장까지의 군사문화침투」(박실·평민)의 예로 추궁됐던『고교생 및 교사를 수방사·보안사 등에 안보정신 위탁교육 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김교육감은 『상부지시는 없었고 자체판단에 의한 것』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실시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대답.
김교육감은 『시교위 내에 상도회라는 모임이 있어 모든 인사를 관여해 왔다는데 사실이냐』는 양성우 의원(평민)의 폭로성 질의에 『전혀 아는바 없다』고 부인.

<「산업스파이」협의 추궁>

<보사부>
신상우 의원(민주)은 『한강 성심병원이 85, 86년 2년간 유령인물을 치료한 것처럼 허위 기재하여 의료보험금 6천만원을 횡령했다는 진정서를 갖고있다』며 사실여부를 집중 추궁.
신의원은 『그 병원과 같은 그룹의 삼천당 제약이 태준 제약에서 10억원을 들여 5년간에 걸쳐 개발한 X선 조명제(일명 바리탑)의 노하우를 빼내는 산업스파이 행위를 했던 사실로 미뤄보더라도 보험금 횡령의 가능성은 높다』면서 『당시 감사원이 감사도중 이유 없이 중단한 사실도 있는데 외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이냐』고 질문.
권이혁 장관은 이에 대해 추후 조사하겠다고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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