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파행의 박근혜 재판, 정상으로 돌려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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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파행 속에 마무리된 것은 사법부와 검찰의 원만하지 못했던 재판 진행 절차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사법제도 자체를 부정하듯 ‘옥중(獄中)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정상적 재판을 불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이다. 그렇다고 탄핵으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 탓만 해서야 되겠는가. 이번 기회에 법원과 검찰은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자세로 정상적 항소심 재판을 위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원 특활비 수수 및 새누리당 총선 공천 관여 혐의로 징역 8년이 추가돼 국정농단 혐의의 징역 24년을 합쳐 모두 32년의 형량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뉘우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음달 예정된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역시 절름발이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면받지 못하고 형을 살 경우 97세에 출소하게 된다”는 결론만 부각될 뿐이다.

그 때문에 사법부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항소심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수백만 명의 국민이 엄동설한에도 촛불을 들고,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잘못된 것을 찾아내고 이를 바로잡아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였다. 수감번호를 부착한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조리돌림하는 것처럼 분풀이 대상으로 삼고 텅 빈 재판정을 TV 생중계로 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해당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갖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과 의미를 감안해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피고인의 인격권을 보장하면서 진실을 끌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비위만 맞추기 위해 재판마저 이용한다는 비판은 이번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