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엄마들의 울분 … 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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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순천시에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전·의경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다(사진위).[연합뉴스]. 시위를 참관하던 전·의경 부모들이 과격 시위에 항의하고 있다(가운데).[NPOOL 광주일보=최현배 기자]. 이 과정에서 전·의경 부모의 모임 소속 유모(51·여)씨가 도로 위에 쓰러져 머리를 다쳤다(아래).[전·의경 부모의 모임 홈페이지].

"공권력을 믿고 내 아들을 맡길 수 없다."

"군대 대신 간 전.의경 생활인데 왜 두들겨 맞아야 하나."

"내 아들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과격 시위 현장을 목격한 전.의경 부모들의 탄식.울분.궐기의 소리다. '전의경 부모의 모임(이하 부모 모임)' 소속 부모들은 2일 "현대하이스코 시위를 참관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3명이 부상했다"며 시위 주최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무기력한 공권력을 비판하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 아들 지키려다 부상=부모 모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 전남 순천 현대하이스코 공장 진입로 부근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1500여 명이 '광주전남 노동자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당시 시위대의 단상 오른편에선 전.의경 부모 24명이 참관하고 있었다. 부모들은 하늘색 모자를 쓰고 '전.의경 부모 모임'이라고 적힌 노란색 띠를 둘렀다. 그런데 시위 도중 주최 측이 "전.의경 부모들은 경찰에서 파견한 사람들"이라며 부모들을 한 명씩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유모(51.여)씨가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부모 모임 이정화 회장은 "유씨는 현재 통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사소통이 어려울 만큼 후유증이 심한 상태"라고 전했다. 유씨 외에 2명의 부모가 더 부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광주.전남 지역 관계자는 "부모 모임을 경찰이 의도적으로 만든 조직으로 판단해 서로 고성이 오간 적은 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모 모임의 조한선(50.여)씨는 "부모들이 경찰에 의해 동원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당시 채증한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폭행 가담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 어쩌다 부모까지 나섰나=전.의경 부모들은 지난해 말 농민 시위 이후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시위 현장에 나섰다. 시위대에 밀리는 무기력해진 공권력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 모임 소속 김종윤(49)씨는 "경찰 수뇌부가 눈치만 보는 상황에선 전.의경만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경남 창원에서는 시위대에 폭행당한 경찰이 "'폭력경찰' 소리 듣느니 차라리 몇 대 맞는 게 속 편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부모 모임의 주장이 알려지면서 민주노총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사이트엔 네티즌의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법과 질서가 먼저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이 다수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경찰이 시위대의 눈치를 살피는 등 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막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으로 가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진통으로 보기에는 도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강현 기자

◆ 전의경 부모의 모임=전경과 의경 자식을 둔 부모들이 2005년 5월 다음카페(cafe.daum.net/ParentsPolice)에 만든 모임.폭력시위 현장에서 아들들이 잇따라 부상당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회원은 4400여명. 올해부터 주요 집회에 참관인으로 참석해 평화시위 문화의 정착을 촉구하고 있다.경찰청이 조직한 ‘전의경 어머니회’와는 다른 순수 자발적인 모임이다.

◆전투·의무 경찰=전투경찰은 현역 입대자(육군) 가운데 훈련소에서 무작위로 차출된다.각 경찰서에서 기동타격대로 근무한다.지원입대로 충원되는 의무경찰은 일선 경찰서의 방범순찰대와 교통경찰을 지원한다.시위진압 기동대는 이들 전경·의경에서 차출돼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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