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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수단에선 … 3년 내전에 20만 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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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워싱턴 의회 앞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다르푸르 인종학살 규탄대회에서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사진 위)가 연설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난민들이 이웃나라 차드 동부의 브리진에 설치된 수용소에서 구호물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워싱턴·브리진 로이터=뉴시스]

21세기 들어 최악의 인종학살로 기록되는 수단 다르푸르 사태 해결에 미국.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가 나서고 있다. 지난 3년간 20만 명의 희생자를 내며 종족.종교 갈등을 벌여온 아랍계 이슬람교도 정부와 흑인 기독교도 반군 측은 현재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아프리카 53개국을 대표한 아프리카연합(AU)의 중재 아래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이 중재를 위해 1일 아부자에 도착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같은 날 다르푸르의 평화유지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AU에 19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정치인, 종교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등 각계각층 인사가 모여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평화 협상 거부=아랍계 이슬람교도가 주축인 수단 정부는 AU가 제안한 중재안을 수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군 단체들은 거부하고 있다. 반군의 두 축인 수단해방운동(SLM)과 정의평등운동(JEM)이 자치권 확대에 대한 시각이 달라 내부 의견 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평화안은 ▶수단 친정부 민병대인 잔자위드의 무장 해제 ▶반군의 정부군 편입 ▶다르푸르 지역에 3억 달러(약 2850억원) 이상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반군 단체들은 권력과 자원 배분 문제가 합당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반군 지도자는 수단 정부의 부통령직을 요구하고 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지난해 수단 정부와 남부 반군의 평화협상에서는 이런 중재안이 받아들여진 것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하지만 중재단은 "이는 수단 헌법상 가능하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군은 정부군에 합병되기 전에 무장을 해제하라는 요구에도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U 측의 중재자인 살림 아메드 살림은 1일 반군들에 보낸 성명에서 "다르푸르 주민을 위해 평화에 필요한 타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인종 대학살=다르푸르 사태는 토지와 물 사용을 놓고 벌어진 종족 간 충돌이다. 반군에 맞서 친정부 아랍계 민병대인 잔자위드가 인종 대학살을 자행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잔자위드는 아랍계 피를 아프리카에 이식한다는 명분으로 어린 소녀들을 집단 강간하기도 했다.

내전 발생 1년 반이 지난 2004년에서야 AU 평화유지군이 파견됐지만 내전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뒤늦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AU 평화유지군을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수단 정부는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에 반대하고 있으며 군대가 도착하기까진 몇 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다르푸르의 난민 일부가 이웃 나라 차드로 넘어가면서 차드와 외교적 분쟁이 생겨나기도 했다.

지지부진하던 평화협상은 4월 초 AU가 "4월 30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협상 결렬을 선언하겠다"며 압력을 가하자 정부와 반군이 지난주 아부자에 대표단을 보내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현영 기자

◆ 다르푸르 사태=수단 서부에 위치한 해발 500~1500m의 고원 지대로 면적이 한반도의 두 배쯤 된다. 이곳에선 토지 소유권과 농업 용수 문제로 이슬람교도인 아랍인과 기독교도인 흑인이 갈등을 빚어왔다. 2003년 초 흑인 반군단체가 정부 시설을 공격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아랍 민병대가 보복에 나서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져 3년여 동안 20만 명이 숨지고 2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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