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 판정 시비로 공탁금 걸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선수촌>
○…선수들의 장애 등급을 나누어 종목을 조정하는 의무 판정은 대회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6시 공식 마감되었는데 입촌이 시작된 지난 10일부터 약3천2백여 명이 검사를 마친 가운데 자신의 실제 장애보다 장애의 정도를 높게 평가받으려는 선수들이 많아 판정 관들을 애 먹이기도.
판정에 불복한 일부 선수들은 규정에 따라 50달러의 공탁금을 걸고 3명의 의사로부터 2차 정밀검사를 받기도 했는데 공탁금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
서독의 한 소아마비 수영선수는 장애의 정도가 미약해 "장애자가 아니다"는 판정을 받자 의사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나는 장애자" 라고 호소했으나 별 무소득.
○…입촌식 이래 계속 불던 바람과 추위가 14일 오후 수그러지자 선수촌 국제센터 로비 앞 계단과 숙소 정문 옆 야외오락장은 선수들로 크게 붐비기도.
특히 대회 개막 하루를 앞두고 영국선수단 1백여 명은 국기 광장에 종목별로 모여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감독·코치로부터 경기 전략을 듣는 등 패러림픽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

<공항>
○…"38선의 봄" "고향을 찾아와도"등 많은 노래로 50년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왕년의 가수 최갑석씨 (50·미 필라델피아) 가 장애자 올림픽을 참관하기 위해 14일 오후 8시15분 KEO 25편으로 입국.
미국에서 한국 장애자 돕기 운동을 펴고있는 최씨는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장애자 올림픽을 관람하고 일산 복지타운을 둘러본 뒤 장애자 후원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가요 취입도 할 계획.
○…우리나라 관광 사상 최초로 대규모 장애자 단체 관광단이 14일 낮 서울 장애자 올림픽 참관을 위해 대한항공편으로 입국.
일본 장애자 재활복지 기업인 「태양의 집」 소속 근로자 1백76 명으로 구성된 이 관광단에는 뇌성마비·소아마비를 비롯, 휠체어 사용자만도 모두 43명.
이들을 이끌고 함께 입국한 「태양의 집」 이사장 「하타다·가즈오」씨는 "태양의 집 소속 2명의 선수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종업원들이 한국에 오고싶어했다"며 "장애 근로자의 복지향상과 사회접촉의 기회를 높여준다는 원칙에서 원하는 종업원들은 10만엔 안팎의 여행비를 부담하면 모두 데리고왔다"고 소개.

<성화봉송>
○…14일 성화 봉송 마지막 구간인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사 앞에서 시청 앞까지의 구간에서는 휠체어를 탄 주자 11명이 등장, 연도와 주변 건물 창가에 모인 5천여 시민들의 격려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이날 행사의 피날레를 감동적으로 장식.
주자로 성화를 직접 봉송한 양궁선수 구자용씨 (37) 는 휠체어 왼쪽에 붙인 쇠막대기에 성화 봉을 꽂은 채 힘차게 바퀴를 굴리면서도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아 보도진들의 집중 촬영공세를 받았는데 행사가 끝난 뒤 구씨는 "성화를 봉송하는 동안 내 귀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감격의 순간을 되새기며 "이 순간은 앞으로의 내 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채화 식이 열린 강화도에는 이날 다소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도 화창한 날씨였으나 정작 중요한 채화 순간에 먹구름이 스쳐지나가 집광판이 무용지물 화.
채화 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보이지 않던 먹구름이 채화 직전 갑자기 동쪽 하늘에서 몰려와 마니산 아래쪽에는 빗방울까지 뿌리는 등 태양열을 이용한 채화가 불가능해지자 관계자들은 「만약」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안전램프의 불씨를 이용해 불을 붙이는 진풍경을 연출.
한편 이 같은 이변에 대해 길흉이 엇갈리자 한 관계자는 "신령이 강림하시는 모습" 이라며 길조임을 강조하기도.

<명동 축제>
○…1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명동 제일백화점 앞 빈터에서는 장애자 올림픽 참가 한국선수단 격려를 위한 「명동 축제」가 시민·선수단 대표 등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 이 자리에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김용준 대법관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 대법관은 장애자 선수들과 함께 제일백화점에서 명동성당 앞까지 10여분간 행진 퍼레이드를 벌인 뒤 인근 로열 호텔 2층 소 연회장에서 열린 다과회에도 참석했다.
○…오후 2시20분쯤 선수들이 명동 행진 퍼레이드를 시작하자 동두천 여상 고적대 60여 명의 밴드로 "손에 손잡고" 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고 인근 제일백화점 옥상에서는 수천 장의 오색종이가 뿌려졌는데 시민 5백여 명이 열렬한 박수로 장애자선수들을 격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