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팬 '선행 한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22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린 '스타.명사 초청 자선바자' 행사장. 행사 참여자들로 북적대던 이곳에 조용한 감동을 준 화제의 방문객들이 있었다. 바로 배우 조현재 팬카페 '까르페디엠(http://cafe.daum.net/hyunjaelove 운영자 이혜련)' 회원들. 한창 잘나가는 남자배우 팬클럽 회원이라 10~20대 어린 여성들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0~50대로 구성돼 더욱 인상적이었다.

신문기사를 통해 조현재씨가 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우리도 함께하자'는 데 의기가 투합, 회원들끼리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단다. 이들은 "모금기간이 단 2~3일밖에 되지 않아 많지 않은 금액이라 송구하다. 그러나 회원들이 성의껏 모은 성금이니 좋은 일에 써달라"며 180만원이라는 적지않은 금액을 주최측에 내놓았다. 또 "몇 장 되지 않는다"며 헌혈증서 8장도 함께 증정했다.정작 조현재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행사장에 오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가 행사장에 불참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있다"며 "그의 얼굴을 보러 온 게 아니라 행사에 도움이 될까해서 왔다"고 말해 주위로부터 고마움을 샀다.

"팬클럽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의 포부와 비전은 남달랐다. 회원 김경희씨는 "다양한 사회활동과 봉사활동은 공인들이 이끌어가야 한다"며 "단순히 공인 한사람 뿐만 아니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나 모임.주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의 까르페디엠은 조현재가 드라마 '아버지와 아들'에 데뷔한 2001년 개설됐다. 스타 조현재와 더불어 과거가 아닌 현재를 즐기자는 뜻이란다. 이후 첫사랑.러브레터.구미호외전.햇빛쏟아지다.온리유, 그리고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서동요'에 이르면서 까르페디엠의 회원들은 계속 늘어나 현재 7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

회원들 연령도 10대~50대까지 다양하다. 조현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만났지만 단순 팬클럽이 아닌, 사회봉사 활동 등을 함께하며 모범적인 팬클럽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단다. 조현재의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묻자, "그의 순수하고 진솔함에 반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조현재가 기증한 운동화를 낙찰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오는 7일 서울 광운대학교 문화관에서 뜻깊은 생일파티를 갖는다. 이날 "단순 팬미팅에서 벗어나 '혈액암 환우돕기' 모금행사도 할 예정"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생일파티가 무척 기다려진다"고 즐거워했다.

"단순히 오빠부대가 아닌, 스타를 매개체로 한 모범적인 동호회 문화를 이뤄가는 싶다"는 이들은 "혈액암에 고통받는 환우들이 병마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행사장을 총총히 빠져나갔다.

바자 행사를 주관한 오로프 미디오 김정아 대표는 "성금 액수나 헌혈증서보다 스타 연예인을 좋아하며 불우 이웃에게 따뜻한 온정을 나누어주려는 이들의 정성과 마음이 더욱 따뜻한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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