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노회찬 변수'에 발칵…"우리가 쫒아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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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방문에 앞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방문에 앞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정당 지지율 상승세와 함께 잘나가던 정의당에 예기치 못한 악재가 등장했다. 드루킹 특검 수사대상에 오른 ‘노회찬 변수’다.

드루킹 특검팀(특별검사 허익범)은 17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회원인 도모 변호사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가 2016년 경공모 차원에서 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도 변호사와 노 원내대표는 경기고 72회 동창이다.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 게시글. [정의당 홈페이지 캡쳐]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 게시글. [정의당 홈페이지 캡쳐]

노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설에 정의당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필명 Jd****를 쓰는 한 당원은 "이것이 운동권 엘리트의 현실"이라며 "특검에서 수사 중인 노 의원의 사건으로 정의당에 실망"이라는 글을 올렸다. 필명 김** 당원은 "우리가 노회찬 대표를 출당시킬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만약 (노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진실로 밝혀지면 원래 우리의 방식으로는 바로 출당 조치가 맞다"며 "우리는 SNS에서 말을 잘못한 평당원을 쫒아낸 전력이 있는데 노 원내대표의 범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를 쫓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필명 노** 당원은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실이면 엄정대응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필명 구**** 당원은 "우리는 박사모기 아니기에 사실이라면 출당해야 한다"며 "사실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노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사실이라면 국민들이 보기에 노 원내대표의 특수활동비 반납은 쇼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게시판에 올라왔다.

정의당 중앙당에서도 이 사건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정의당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3~14일 실시한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8.3%를 기록해 자유한국당(8.1%)을 제치고 2위(1위는 더불어민주당 51.2%)를 차지했다. 정의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약속한 "2020년 총선에서 제1야당 등극"에 한 발짝 가까워졌지만 내부에선 특검 수사 결과를 적잖이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의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노 원내대표가 '결단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을 하니까 우리는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분이 돈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안 되긴 하지만 기사를 보면 양상이 달리 나오고 있어서 걱정이 크다"며 "노 원내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의견을 다시 나눠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의당 의원은 "그 사건 때문에 정말 '멘붕'이다"라며 "하루 종일 그 사건만 걱정하고 있는데 과거 있었던 수많은 음해처럼 탈 없이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보좌진·당직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 한 비서관은 "드루킹 특검법이 통과될 때부터 수사 대상에 노 원내대표가 포함이 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며 "특검법에 명시적으로 노 원내대표가 적시되지 않았지만 관련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는 배경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진보 정당이 지난 10년의 고난을 거쳐서 이제 성장하려 하는데 노 원내대표의 수사 결과로 고꾸라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드루킹' 김동원(49)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주오사카 총영사 후보자로 추천했던 도모 변호사. [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49)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주오사카 총영사 후보자로 추천했던 도모 변호사. [연합뉴스]

정치인생 최고의 위기에 놓인 노 원내대표는 18일 여야 원내대표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상·하원 의회와 정부 관계자를 만나 한반도 평화, 자동차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 원내대표는 출국 전 특검 수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기존 입장과 변화 없다"는 짧은 대답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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