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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저임금 결정 쥐락펴락 … 월권 논란 자초한 공익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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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은 사실상 전권을 휘둘렀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까지 쥐락펴락하며 적잖은 논란거리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경제에 대한 나라 안팎의 우려 무시 #산입범위 확대 따른 감소분 반영 등 #관련법 따르지 않고 인상률 정해 #‘노동 편향, 정부 코드’ 비판 제기돼

최저임금도 노동력 제공에 따른 대가인 임금이다. 생산성과 지불능력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가가 강제하는 임금이다. 국가 전체 경제 여건을 감안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데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최악의 고용 쇼크에다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 끼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속도조절론을 수차례 얘기한 이유다.

최저임금위는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강한 어조로 경고하면서 불쾌해했다. 자존심 싸움으로 비쳤다. 그러다 초법, 편법 논란으로 번졌다. 최저임금 인상 근거를 두고서다, 공익위원은 4가지 반영분을 제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인상 전망치(3.8%),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감소분(1%), 대외변수 반영분(1.2%), 소득분배개선분(4.9%)이다.

임금인상 전망치와 매년 고려해 온 대외변수 반영분은 경영계도 수긍한다. 나머지 근거에 대해선 공익위원의 월권이란 비판이 나온다.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감소분을 반영한 것은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무력화하는 조치다. 최저임금법에 토대를 둔 위원회가 관련 법을 부정한 셈이다.

소득분배개선분을 반영하면서는 기준을 중위임금에서 평균임금으로 바꿨다. 그것도 8시간 풀타임 정규직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채택했다. 상위 15% 안팎에 해당하는 고임금을 기준점으로 삼은 셈이다. 최저임금을 논한 게 아니라 최대 임금을 조준한 꼴이다.

최저임금위는 “이미 중위임금의 50% 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대폭 인상하기로 작정하고 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다.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의 운영방식과 본질을 무시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공익위원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꾸렸다. ‘노동 편향, 정부 코드’란 평이 나왔다. 그래서 소상공인은 공익위원의 일방통행과 고율 인상 강행이 가능했다고 본다.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며 정부를 탓하는 까닭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 부처는 균형감을 잃은 고용부 때문에 경제정책에 부담을 떠안은 모양새다.

차제에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확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갑래 단국대(법학) 교수는 “노사 양측이 극단적 주장을 펴는 현재 방식은 엄청난 갈등 요소가 있으며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교수는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로 별도 임금위원회를 구성해 상시적으로 조사와 연구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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