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의조, 야구 오지환까지···잇단 '병역 특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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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왼쪽)가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와일드카드 명단에 뽑히면서 지난달 야구선수 오지환에 이어 병역 특례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왼쪽)가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와일드카드 명단에 뽑히면서 지난달 야구선수 오지환에 이어 병역 특례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중앙포토]

대체 복무 등 병역법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한 병역 특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주인공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활동 중인 공격수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다. 지난달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에서 오지환(28ㆍLG), 박해민(28ㆍ삼성) 등 병역 미필자 선발이 문제가 된 데 이어 이번엔 축구에서 같은 논란이 반복됐다.

亞 게임 축구 대표팀 선발 이후 #황의조 놓고 축구팬 '갑론을박' #"메달 대신 누적 포인트 제도 등 고려해야" #이집트 살라도 시즌 도중 군대 갈 뻔

지난 1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황의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퇴출’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김학범(5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출전 선수 명단 23명을 발표하면서 황의조를 손흥민(26ㆍ토트넘 홋스퍼), 조현우(27ㆍ대구FC)와 함께 와일드카드 명단(3명)에 포함한 직후다. 17일 현재 황의조와 관련된 국민청원은 3건이 게재돼 있을 정도다.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 특례가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는 본래 23세 이하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24세 이상 축구선수는 와일드카드에 포함돼야만 아시안게임 출전이 가능하다. 황의조는 김 감독이 성남FC 감독(2014~2016년)으로 재직했던 시절 직접 지도했던 ‘애제자’다.

선수명단 발표 직후 김 감독은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나는 학연이나 지연, 의리를 가지고 축구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 선수의 병역 문제는 이전에도 항상 논란이 돼 왔다. 신체 건강한 남성은 모두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징병제 국가에서 특정인 몇몇만 병역 특례를 받은 까닭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주영(33ㆍFC 서울)이다. 201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소속이었던 박주영은 모나코 체류자격을 통해 사실상 병역 면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외 영주권을 얻어 그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본인의 희망에 따라 37세까지 병역을 연기해주는 제도였다.

홍명보 당시 런던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박주영이 군 면제를 받지 못한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그를 감쌌다. 홍 전 감독과 박주영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 팬 상당수가 두 사람을 ‘의리 축구’라는 단어로 비판했다. 대표팀이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박주영은 2년간 군 복무 대신 4주 군사훈련이라는 병역특례를 받았다.

야구에서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4년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서도 오지환ㆍ박해민, 두 선수의 선발을 두고 야구계 전체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두 선수는 1990년생으로 만 27세가 넘어 상무와 경찰청 야구단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는 한국만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금메달 획득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오지환ㆍ박해민 두 선수를 선발한 이유에 대해 선동열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백업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오지환ㆍ박해민 두 선수를 선발한 이유에 대해 선동열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백업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대회에서의 메달 획득 여부가 아니라 누적점수(포인트) 제도 등으로 국위 선양 기준을 새로운 방식으로 계량화시키는 것이 보다 국민 정서에 합당한 병역 특례 제도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사실 군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아르메니아 국적의 축구선수 헨리크 미키타리안(29)은 병역 의무를 마친 뒤에야 해외 무대로 진출했다. 아르메니아가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아제르바이잔과 영토 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던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26ㆍ리버풀)도 시즌 중 군대에 갈 뻔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징병제 국가인 이집트는 오직 학업을 이유로만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살라의 경우, 학적을 걸어놓은 학교에서 출석문제로 퇴학 조치됐으나 이브라함 마흘랍 총리가 직접 나서 살라의 군면제를 지시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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