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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하루 180만원어치 팔면 한달에 180만원 가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충남의 한 편의점에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5일 충남의 한 편의점에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경기도 중소도시에서 편의점을 연 A씨는 최근 문을 닫기로 결심했다. 오픈 후 몇달 동안은 하루 매출 150만원을 유지했지만, 이후 줄곧 매출이 내리막을 걸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집사람과 둘이 일하며 최소한의 아르바이트생만 썼는데도 적자를 메울 수 없었다"며 “벌기는커녕 5000만원 정도 손해를 봤지만 이렇게라도 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에 이어 내년에도 10.9% 인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전국 편의점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가장 직접 받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실제 편의점의 수익은 최근 곤두박질치고 있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 공동대표(GS25)는 GS25·CU 편의점 1만5000개 점포의 올해 매출과 수익을 계산한 평균 손익계산서를 15일 공개했다.
성 대표는 “하루 180만원 매출을 올리는 매장도 이것저것 떼고 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80만원”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이 되면 이보다 50만원이 줄어 130만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본이 된 1만5000개 편의점의 평균 매출은 월 5400만원이었다. 이중 본사에 지불하는 가맹수수료 등을 뺀 수익은 월 986만원이다. 여기서 임대료(250만원)·인건비(463만원)·영업비(92만원·카드수수료 포함) 등을 제외하고 점주가 직접 챙기는 수익은 180만원이다. 성 대표는 "점주의 수익이 알바 한 사람 몫과 엇비슷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체 판매·관리비 중 인건비 비중이 임대료의 2배에 달했다. 이는 항간에서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인건비보다 임대료가 더 문제”라는 시각과 다른 수치다.
성 대표는 “임대료는 지역·매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전국 모든 매장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건비 463만원은 주중 3명, 주말 2명(15시간 이하)을 고용하면서 점주가 주 중에 5일 일했을 때 드는 비용이다.

물론 매출이 계속 늘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5월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로 인해 소폭 올랐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는 이를 착시효과라고 말한다.
계상혁 전편협 회장은 “4500원짜리 담배 하나 팔면 200원, 100만원어치 팔면 4만원 남는다. 종량제 쓰레기봉투는 (100만원 팔아도) 2만원, 티머니 충전은 5000원 남는다”고 했다. 매출 규모가 커졌더라도 박한 마진에 카드 수수료를 떼고 나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다. 계 회장은 “담배 한 갑 중 세금이 절반이 넘는다. 편의점주가 세금을 대신 걷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거기다 고율의 카드수수료까지 부담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현재 편의점의 카드 수수료는 2.5%(연 매출 5억원 이상)로 대형마트·백화점(약 2%)보다 높다.

편의점 업계는 격앙돼 있다. 전편협 관계자는 “최근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지방 점주들이 특히 난리”라며 “조만간 전세 버스를 대절한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계 회장은 “임금을 안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살 궁리를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업계의 성난 발길이 정부를 향하고 있지만 편의점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중열 가맹거래사는 “최근 편의점이 늘면서 가맹본부의 볼륨은 커졌지만 점주의 이익은 줄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편의점의 상당수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5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의 가맹점 개수는 지난 2015년 2만9952개에서 올해 7월 4만950개로 2년 6개월 새 36% 증가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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