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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부인 "애인 만난 여인 느낌" 발언 제지한 판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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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13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그날 김지은씨를 처음 봤는데 (남편에게) 달려오면서 ‘지사님~’이라고 하는 걸 보고 볼에 홍조를 띤 애인 만나는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

"감정적인 평가는 자제해달라"

김지은(33) 전 충남도청 정무비서를 위계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민씨는 김씨가 당시 안 전 지사에게 과도하게 사적인 감정을 담아 행동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 판사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3일 303호 법정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부인 민씨는 남편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출석했다.

그는 이날 수행비서였던 김씨를 처음 만났던 상황에 대해 “매일 문밖으로 배웅하지는 않았고 7월 말 중·하순에 한 번 나갔었다”며 “그날 김씨를 처음 봤는데 (남편에게) 달려오면서 ‘지사님~’이라고 하는 걸 보고 볼에 홍조를 띤 애인 만나는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연애감정을 품고 있었으며 두 사람의 성관계가 성폭행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조 판사는 민씨의 증언을 멈추고 “당시 느낌을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다”며 “봤던 내용을 사실관계 위주로 진술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민씨를 향해 “할 말이 많은 건 알겠지만 사실 파악이 중요하다. 감정적인 평가는 자제해달라”고도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에 비서 김지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상조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에 비서 김지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상조 기자

"김씨의 칭찬이 반복되니 의도적인 것 같아 불쾌했다"

이날 민씨는 김씨에 대한 진술을 이어나갔다. 그는 김씨의 존재를 큰아들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김씨가) 큰아들과 친하게 지냈다”면서 “아들이 ‘누나(김씨)가 엄마(민씨) 칭찬을 많이 하더라’라고 말해 얼굴도 모르는데 (그렇게) 얘기한다니 고맙다고 생각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말들이) 서너번 계속되니 약간 의도적인 것 같고 불쾌했다”고 진술했다.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그간 논란이 된 ‘상화원 사건’도 언급했다.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 부부가 충남 보령 죽도 상화원 리조트 독채에 묵었을 때 같은 건물에 묵던 김씨가 새벽 4시경 두 사람을 침대 발치에서 지켜봤다는 것이다. 민씨는 “그날 (김씨가)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왜 불쾌한 티를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김씨) 혼자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사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마누라 비서'라고 불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민씨는 이날 또한 김씨가 안 전 지사 지지자들 사이에서 '마누라 비서'라고 불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안 전 지사를 15년간 지지해온 이에게 들었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다가오는 지지자 중 유독 여성의 접근을 꺼린 것으로 안다"며 "피해자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마누라 비서'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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