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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콩트 가을서점??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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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8면

정치풍자 콩트·만화집이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 책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은 물론 그 가족 등 이른바「성역」을 풍자·희화화의 대상으로 삼고있다.
이러한 책들의 발간 붐은 지난봄 12인 콩트집『대통령아저씨 그게 아니어요』(동광출판사간)와 주완수 만화모음『보통 고릴라』(세계간)가 나오면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이들 정치풍자 콩트·만화 집은 아직까지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고있다.
『대통령…』은 외모가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금지 당했던 어느 탤런트의 이야기를 빌어 권력의 무자비한 전횡을 고발한「각하의 코」등 29편의 콩트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출판사가 지난8월 연이어 내놓은『영부인 마님 너무해요』와『각하 아저씨 정신차리세요』도 나오자마자 불티가 나 재판·중판을 거듭하고있다.
김성동·유시춘씨 등의 콩트28편을 모은 이 책들은『대통령…』의 소재를 더욱 확대,「5공」의 비리와 치부는 물론「6공」에까지 이르는 우리사회 전반의부조리를 신랄히 꼬집고있다.
강남의 대형 서점 동화서적이 집계한 9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위 세권의 책이 나란히 3, 4, 5위를 차지했다.
도서출판 모음 사는 9월 중순부터「공화국시리즈」를 펴내기 시작했다.
제1집『보통공화국』은 미래의 한국정치 및 사회상황을 가상한 시사풍자 집.
억압적 상황 속에서의 인간(권력자든, 서민이든)이 보여주는 오만과 비굴·자기기만 등을 고발했다.
김홍신씨의『대통렁령 따귀』, 손영목씨의『김교수의 낚시론』등 작가 17명의 콩트로 엮어져 있다.
제2집『통일공화국』은 남북한 통일 이후에 발생할 상황. 사건을 가상한 내용으로 내달 중 출간된다.
또 도서출판선비는『코리아, 코리아 별곡』이란 제목의 콩트집을 마련했다. 박양활·김원일·이외수씨등 17명의 소설가가 참여, 역시 권력과 돈의 추악한 이면을 파헤치고 있다.
정치콩트의 인기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정치풍자만화도 대단한 관심을 끌고 있다.
『보통 고릴라』가 10판 이상을 찍은 가운데 민족미술협의회는 9월말『오, 하느님 당신의 실수이옵니다』(미래사간)를 펴냈다.
이 책은「노태우 풍자전」을 비롯,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된 작품을 모은 것.
이희재·주완수·반쪽이·박흥용·김성인씨 등의 만화와 대학만화서클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전·현직대통령 얼굴의 노골적인 사실묘사 등 한결 직설적인 풍자를 담고있어 콩트와는 또 다른 별미를 준다.
정치풍자의 기능은『오, 하느님…』의 뒷글에 만화가들이 썼듯이 ▲현실에 대한 고발 ▲진실을 가리는 허상의 외피 벗기기 ▲튼튼한 대중정서의 획득 등으로 모아진다.
특히 이러한 정치풍자집 등은 올림픽 후 5공 비리조사가 본격화되면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무엇보다 풍자의 내용이 우리현실과 맞닿아있어 강한「현장감」을 독자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독자들은『비리의 당사자들을 정치적으로 처리하려는 듯한 분위기에 실망하던 차에 그 「정치적 해결」까지도 풍자·야유하는 맛에 더욱 이러한 책들을 찾게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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